공사비 체불에 "더는 살 수가 없다" 분신한 세 남매 아빠

전북경찰청 "피해 규모 크고 복잡"
함께 참여한 중소업체들도 소송중

서울경제DB

밀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50대 가장이 분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전북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해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고 피해 규모가 커 전북청에서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며 "(분신 사건 외에도)해당 업체의 공사대금 미지급 사건을 전반적으로 살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28일 전주시 덕진구 한 폐기물처리업체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A(51)씨가 몸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르면서 불거졌다. 그는 분신하기에 앞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 유서도 다 써놨고 더는 살 수가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억울함을 알아줄 것 같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A씨는 지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나흘 만에 숨졌다.


그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의 한 빌라 공사에 참여했다가 건설업체로부터 폐기물 수거 대금 6,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미성년 세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함께 공사에 참여한 지역 중소업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건설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도 A씨와 마찬가지로 수천만~수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으며 전체 피해 규모는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설업자의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세 남매 아버지의 분신자살에 대한 억울함 호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시공사는 '준공검사가 나면 최우선으로 밀린 공사대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사를 마치고 일 년 넘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독촉 해보고 절실한 마음으로 사정도 해봤지만 시공·시행사 대표는 '배 째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세 남매의 아버지인 폐기물 처리업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나머지 분신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사기꾼들이 없는 깨끗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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