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사명은 첫째도 둘째도 기금 조성"

신성철 전 카이스트 총장 이임사
"하루 1억 못하면 밥 값 못한 총장
자존심 버리고 기금 모으기 총력
50년 비전·꿈 공유로 미래 개척을"

신성철 전 KAIST 총장

“대학 총장의 사명은 첫째도 기금 조성, 둘째도 기금 조성, 셋째도 기금 조성입니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신성철(사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최근 열린 이임식에서 후임 총장에게 기금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3일 KAIST는 유튜브에 지난달 22일 열린 신 전 총장의 이임식을 공개했다. 신 전 총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해외 유명 대학 총장들에게 ‘총장의 사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돌아온 답은 첫째도 기금 조성, 둘째도 기금 조성, 셋째도 기금 조성이었다”고 말했다. KAIST가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앞으로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무대에서 차별성과 수월성을 보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기금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기금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KAIST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가 해외 유수 대학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신 전 총장은 “KAIST의 경우 정부 지원이 전체 예산의 약 25% 수준이지만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70%에 달한다”며 “우리는 (싱가포르 수준까지 올라서는 게) 사회 분위기상 불가능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신 전 총장은 이 때문에 총장이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발전 기금을 모으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하루 1억 원씩 발전 기금을 모으지 못하면 밥값 못 하는 총장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존심을 버리고 열심히 발품을 판 결과 지난 4년간 약정 금액 기준으로 2,000억 원을 모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신 전 총장은 KAIST가 아직 글로벌 선도 대학에 뒤처진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보면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노벨상 수상자를 98명, 캘리포니아공대(Caltech)는 41명을 배출했다”며 “기술 사업화 측면에서도 MIT가 KAIST보다 50배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음 50년을 향한 비전과 꿈을 공유하며 열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면 글로벌 가치 창출 대학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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