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있어 신뢰는 생명과 같습니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추락한 믿음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2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화우 사옥에서 만난 김영기(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의 이름 뒤에는 ‘마지막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되면서 마지막 수장에 그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출범한 합수단은 한때 자본시장 기업사냥꾼 등에게는 공포의 존재였다. 검찰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원포인트’ 수사를 담당했다. 폐지 전까지 약 7년간 재판에 넘긴 인원 만도 1,000여명에 달했다. 합수단을 이끄는 수장에게 ‘여의도 저승사자’란 별명이 붙은 것도 다양한 증권범죄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합수단을 이끌며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 비리를 수사하다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의 비리까지 수사했고, 합수단 폐지 전까지는 신라젠 사건도 맡아 수사했다.

김 변호사에게는 마지막 합수단장과 별도로 ‘박사’라는 수식어도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형사책임과 규제에 관한 연구’로 연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사 등 바쁜 일정이었으나, 전문지식을 쌓겠다는 열정에 도전, 학위 취득이란 결실을 맺었다. 김 변호사는 현재도 한국증권법학외 등 외부 학회 활동도 하고 있다. 합수단장·법학박사라는 두 개 타이틀을 지닌 건 전체 법조계에서 김 변호사가 유일하다. 법무법인 화우가 김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다. 김 변호사도 지난해 9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을 선택한 기준으로 금융 분야 전문성을 최우선시했다.

김 변호사는 “화우는 금융·형사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각종 투자상품 관련 규제 분쟁에서도 역향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동안 검찰에서 쌓은 경험으로 (화우에서)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법학박사로서의 전문성과 금융위·금감원 등과 협업하며 쌓은 수사 경험이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김 변호사가 화우에서 맡은 업무는 저축은행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회계법인이나 펀드 관련 사건, 기업 사건 등 증권금융 형사사건 등 전문영역이다. 그는 변호사로 첫 발을 디디는 법조인으로서 증권범죄를 예방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1조6,000억원 피해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기 사건 등을 시작으로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능력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고등학생부터 퇴직자들까지 전부 주식에 뛰어드는 최근 현상을 보고 잠재적 피해자들이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라임 사건,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변호사로서도 개인 피해자들과 피해 기업들을 충실히 대리해 신뢰를 회복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사로 한국거래소에 파견 근무할 당시 이사장의 ‘시장을 살릴 수 있어야 규제도 의미가 있다’는 말을 최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서 자본시장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건을 다루면서 검사와 변호사의 온도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검찰에 있을 때는 어느 순간부터 사건 기록 하나하나가 그저 업무로만 여겨졌는데, 변호사로 나와 보니 사건 하나에 사람의 인생이 전부 녹아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검찰 안에서 바라보며 상상하던 세상과 밖에서 직접 경험하는 세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검찰의 증권범죄 수사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자본시장 신뢰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도 고민한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다져나가는데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