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이커머스(e-Commerce) 부분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라는 강수를 검토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신세계, 그리고 홈플러스를 거느린 MBK파트너스도 참전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 카카오가 네이버, 쿠팡과 유통업을 삼분하는 ‘신삼국’ 시대를 열수 있을 지, 아니면 기존 유통 대기업이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4일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네이버·쿠팡 양강구도 굳히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라며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연간 거래액 25조 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해 네이버와 맞먹는 수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등에 따르면 1위 네이버 쇼핑의 2020년 연간거래액은 26조8,000억 원이다. 그 뒤를 쿠팡(20조9,000억 원)과 이베이코리아(20조원)이 뒤쫓고 있다.
일단 카카오의 인수여력은 충분하다. 현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5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카카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은 2조6,871억 원. 여기에 2.8%에 달하는 자사주를 시가에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1조2,000억 원 가량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만 3조9,000억 원 수준인 셈이다. 통상 50~60% 가량인 인수금융을 제외하면 인수에 필요한 실탄은 2조 원에서 2조5,000억 원 가량이다. 쉽게 말해 이미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놓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기존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경쟁 후보는 홈플러스를 거느린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65억달러(한화 8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현금 동원력에서 카카오에 뒤지지 않는다. 2015년 7조 원의 기업가치(EV)로 인수한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한 상황. 지난달 홈플러스도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더욱이 오픈마켓 플랫폼에 홈플러스가 갖춘 오프라인 물류망을 더할 경우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더 막대한 파괴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월마트의 경우 2016년 온라인 판매채널인 제트닷컴을 인수한 이후 식품시장에서 ‘유통공룡’인 아마존의 아성을 누른 바 있다. 아마존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2017년 오프라인 수퍼마켓 체인인 홀푸드 인수 카드를 선택했다.
향후 유통시장 ‘빅뱅’의 시금석이 될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카카오와 MBK파트너스, 신세계를 포함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칼라일 등 막대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PEF)도 인수전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인수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