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적발해도 수익 환수 못해...수천만원 벌금 내고 수십억 챙길 판

당정 '엄정대응' 천명 나섰지만
현행법상 토지 몰수 규정 없어
투기 이익 환수 법안 만들어도
특정인 겨냥 소급 적용 어려워



국회 국토교통위 이헌승 국민의힘 간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엄정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도 현행법상 토지 몰수나 수익금 환수 등 적극적인 조치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수천만 원의 벌금만 내고 수십억 원의 차익을 고스란히 챙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한 혐의가 입증돼도 이에 따른 수익 환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처벌을 할 수 있는 부패방지법이나 공공주택특별법 등에는 수익 환수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도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수익 환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투기 이익을 환수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이번에 적발된 LH 직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택·토지 개발 관련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 법적 처벌과 함께 투기 이익을 환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법을 만들더라도 특정인을 겨냥한 소급 적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소급 적용을 통한 환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은 공공주택특별법 또는 부패방지법상 처벌 규정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주택특별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부패방지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 벌금이 최대다. 반면 수익은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대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사들인 100억 원대 토지는 3기 신도시 지정 이후 현재 약 50% 가까운 가격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토지 수용 과정에서 대토 보상 등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부패방지법 등에서의 처벌 대상·수위 등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며 “제도적으로 관련 법규를 크게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유혹에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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