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5명 모였어요" 노래방-유흥주점 '코파라치 전쟁'

해묵은 영업 경쟁 코로나로 폭발
방역위반신고 4개월새 6배 급증
"업종 따른 방역 수칙 마련 시급"

서울 한 유흥가에 위치한 노래방 광고판. /연합뉴스

"앞 건물 노래방에 5명 이상 손님이 한방에 모인거 같은데 방역 위반으로 신고합니다."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노래연습장과 유흥주점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 온 영업 경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하면서 서로 방역을 위반했다며 신고해 영업을 방해하는 방역 신고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유흥주점은 그동안 일부 노래방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술을 팔고, 유흥종사자를 들인다며 반발해왔다. 그동안은 불법·편법으로 경계가 모호하게 영업해왔지만 코로나19로 폐업이 눈앞에 닥치자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일반 노래연습장 사업주들은 유흥주점의 방역 위반 신고 탓에 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노래방 사장은 "오후 10시까지 한 두시간이 매출의 전부인데 주변 유흥주점의 신고로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이 왔다 갔다 하느라 제대로 영업을 못 하고 있다"며 "유흥주점처럼 술을 팔지도 않지만 경쟁 의식 때문인지 막무가내"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 같은 양상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인 수도권의 경우 노래연습장과 유흥주점은 모두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지만, 1.5단계인 비수도권은 노래방의 경우 운영 시간 제한이 풀리고 유흥주점만 영업 제한이 계속 유지되고있다. 과거와 같이 일부 노래방이 몰래 유흥종사자를 두고 술을 팔면 주요 영업시간에 문을 닫아야 하는 유흥주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래방 시설에서 술을 마시거나 유흥종사자를 두려면 유흥주점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유흥주점은 훨씬 더 강한 위생 기준을 준수하고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불법 영업이 의심되는 노래방에 대해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허가 취지에 맞게 영업해달라며 방역 위반 신고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래방에서도 보복성으로 문을 열지도 않은 유흥주점을 신고한다”며 "업종, 업태에 따라 방역 수칙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수개월째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리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정부가 방역 고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로컬데이터 기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흥주점은 319곳, 노래방도 650곳 폐업했다. 전국시도노래연습장연합회 관계자는 유흥주점의 방역 위반 신고를 한편으로 이해한다면서 "비현실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부의 방역 조치가 지속되면서 모두 다 같이 힘든 자영업자끼리 자멸하게 만들고 있다"며 "안전하게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방역 위반 신고를 처리하는 일선 공무원도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지난해 10월 4,654건에서 11월 1만 36건으로 늘더니 12월 3만 1,400건, 올해 1월에는 3만 3,647건, 2월은 2만 4,924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00여 건 가량으로, 지자체와 경찰로 직접 접수된 신고를 포함하면 신고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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