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제1 야당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결정됐다. 오 전 시장은 보수진영에서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해온 인물로 ‘중도·실용’을 내세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한 최종 경선에 돌입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중도층의 파괴력이 확인된 만큼 두 인물 가운데서도 30%에 달하는 서울 중도층의 표를 더 얻는 쪽이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오 전 시장이 41.64%를 득표해 나경원(36.31%) 전 의원을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나 전 시장이 받은 여성가산점(득표율의 10%)를 제외하면 약 9%포인트 차이로 오 전 시장이 승리했다. 1차 예비경선에서 두 사람은 득표율에서 박빙을 보였는데 최종 경선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결과는 중도층이 흔들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는 ‘지지후보가 없음’으로 답한 응답자에게 한 번 더 지지후보를 묻는다”며 “결국 강경보수 색채가 있는 나 후보보다는 중도 색채가 강한 오 후보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전 시장이 경선에서 경쟁자인 나 전 의원을 ‘강경 보수’로 몰아세우고 ‘중도 이미지’를 선점한 전략이 막판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에 달하는 부동층이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후보를 오 전 시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지난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중도 확장’을 강조해왔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차기 지도부를 뽑는 2018년 전당대회에서도 ‘중도 확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오 전 시장은 당시 “가장 중요한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제가 당 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우파의 가치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황교안 당시 대표를 선출했고 강경보수를 내세운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2020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돌아서며 큰 패배를 당했다.
오 전 시장은 올 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우익보강론’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당내 경선에 나서서는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 분열과 정쟁보다는 국가의 안위와 시민의 삶을 보듬는 실용적 중도우파의 가치를 지켜 왔다”고 강조했고,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강경보수’로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중도 표를 얻은 오 전 시장이 당 최종 경선에서 승자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중도'가 정치적 브랜드인 정치인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1월 해외에서 1년 4개월 만에 귀국하며 이를 더욱 명확히 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국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 과거지향적이며 무능한 국정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며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결별하고 중도실용 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을 재창당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념을 두고 싸우며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하는 게 구태 정치라면, 틀에 박힌 생각보다는 대화·타협으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게 중도·실용주의 정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중도성향인 오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한 협력자로서 이번 경선 과정들이 진행됐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비전, 공약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을 하면 서울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벼랑 끝 싸움
오 후보는 최종 후보로 선출과 동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오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뒤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히자 안 후보도 이에 “가급적 빨리 만나도록 의논하겠다”고 화답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단일화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중도’ 이미지와 정치인생, 대권을 내려놓은 점까지 겹친다.
2011년 오 전 시장은 소득 하위 50%가정의 학생에 대해서만 무상급식,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며 정치 인생을 걸었다. 여론은 전면 무상급식을 택했고 오 전 시장은 사퇴했다. 반면 안 대표는 오 전 시장의 공석으로 생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며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성추문이 불거지기까지 10년 간 서울시정을 맡았다. 두 사람이 이른바 ‘박원순 10년’의 원죄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권 주자이던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이던 오 전 시장도 눈을 낮춰 서울시장에 재도전한다.
무엇보다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에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해 후보직을 양보할 경우 국민의힘은 제1 보수야당 최초로 민선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은 출마선언 당시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단일화를 위한 실무작업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최종 단일화를 위한 TV토론 주제와 방식, 횟수는 물론 여론조사에 포함될 질문 문항을 두고도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관계자는 “두 후보의 단일화 줄다리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시장 후보를 등록하는 18일~19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