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요 인플레’ 파도까지 감안한 종합 방책 서둘러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이 도처에 상존한다”며 “백신 효과에 따른 총수요 압력까지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코로나19 초기에 절대 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을 뜻하는 ‘네온스완’까지 거론하며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던 그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까지 물가 상승에는 수요보다 공급 측면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돈이 대거 풀린 상황에서 유가 오름세와 농산물 수급 악화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이 겹쳐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올라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앞으로 백신 투여 이후 소비 증가로 수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 물가 문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각 국의 인플레이션 대처는 무방비에 가깝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4일 인플레이션 우려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채 수익률이 또 치솟은 것은 정책 대응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다. 정부와 가계·기업 모두 부채로 신음 중인 우리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동산과 증시의 거품은 한계를 넘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옥석 가리기 없이 일괄 연장만 반복됐다. 경제 전반에 부실의 고름이 잔뜩 낀 터에 미국 등이 조기 긴축에 나선다면 우리의 쇼크는 배가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선거용 재난지원금 살포 등 나랏돈 쓸 궁리만 하고 구조 개혁은 하지 않으니 우산 없이 ‘긴축의 폭우’를 맞게 생겼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쓰나미 수준으로 닥쳐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거시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방파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차별적 재정 투하를 멈추고 가계·기업 부채를 연착륙할 수 있게 할 수단부터 강구해야 한다. 선거에 눈이 멀어 감당 못할 위기를 맞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논설위원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