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여의도 벚꽃축제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엔 대방역부터 집까지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한 시간 걸려 왔어요. 앞으로 주말마다 이 현상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 현대 서울(이하 더현대)’이 지난달 26일 정식 개장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35년차 여의도 주민 송 모(64)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면적이 8만9100㎡에 달하는 백화점 규모에 걸맞게 수많은 사람들이 여의도에 몰리며 각종 소음과 교통 체증 등 여러 불편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집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대형 상업시설과 주거지가 인접했을 때 주민 삶의 질이 악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도로·주차장 등의 기반시설을 사전에 충분히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 취재진이 5일 만난 더현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백화점 개장 이후 교통 체증 등으로 인해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현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A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김 모(53)씨는 “여의나루역에서 더현대로 향하는 길이 2차선인데 지난 주말에는 도로에 차가 빽빽해 버스들이 정류장에 정차하지 못했다”며 “중앙선 쪽 1차선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인근의 B 아파트 주민 김 모(42)씨 또한 “불법 유턴을 해서 백화점으로 빨리 들어가려는 차들도 있다”며 “유치원생 부모 입장에서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고 우려했다. A 아파트 경비원은 “백화점 이용객들이 한 시간에 5~6대는 단지 내에 주차를 하는 것 같다”며 “원래는 일요일에 쉬는데 저번주 일요일(지난달 28일)에는 특별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이용객들이 단지 앞에서 흡연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인근 주민 이 모(41)씨는 “코 앞에 백화점이 생겨서 편리하고 좋다”면서도 “백화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여의도 공원에 있는 흡연시설까지 가지 않고 아파트 단지 쪽 인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의도 현안에 대한 청원을 올릴 수 있는 ‘영등포 신문고’ 홈페이지에는 지난 1일 ‘현대백화점 주말 교통 혼잡 및 흡연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도 게재됐다. 5일 오후 기준 294명의 동의를 얻은 해당 글에는 “백화점 입구 근처 인도에서 마스크를 벗고 삼십명이 담배를 피고 있다” “아가랑 유모차를 밀고 나가보려는데 흡연객들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주민들의 불편에 더해 백화점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더현대 측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당분간 백화점 주변 교통 흐름이 개선될 때까지 일요일에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 주차 및 교통관리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이용객들이 아파트 단지에 주차를 한다는 주민들의 지적을 고려한 결정이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말에 한해 차량 2부제를 고객들에게 권고하고 현대백화점카드 회원에게 제공되는 무료 주차 혜택도 중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3월 한 달간 적용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매장의 동시 이용 가능 고객 수를 30% 줄인다는 대책도 내놨다.
더현대 개장 이후 대두된 주민 불편들은 대규모 상업시설과 주거지가 맞닿아 있을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의도처럼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바로 붙어있을 때 (더현대 사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도로와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이 잘 확충돼 있어야 한다”며 “추후 여의도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하게 되면 용적률이 상향돼 인구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기반시설이 부족하면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심해질 수 있어 계획 단계부터 이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