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의 ‘해양 플랜트 악몽’이 재연됐다. 삼성중공업은 스웨덴 선사와 수주 계약 해지 소송 1심에서 패소해 4,600억원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할 계획이다.
영국 중재재판부 이날 열린 반잠수식 시추설비 건조계약 관련 계약해지 적법성 중재 사건에서 스웨덴 스테나사의 손을 들어줬다. 중재재판부는 2017년 스테나사의 선박건조계약 해지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삼성중공업이 이미 수령한 선수금 및 경과이자 등을 포함해 총 4,632억원을 스테나사에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정해진 납기 내에 삼성중공업의 선박건조가 완료되지 않아 선주사의 계약해지 권리가 인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중공업측은 “중재재판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시황 악화시 선주사가 의도적으로 공정을 지연시켜 계약을 파기시킬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플랜트는 2010년 이후 고유가 시대에 한국 조선 업계를 먹여 살릴 효자로 꼽혔지만, 건조 과정에 잦은 설계 변경, 공정 관리 실패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유가 폭락으로 천문학적 부실을 안겨줬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중개 결정으로 인해 충당금 2,877억원을 지난해 재무재표에 추가 반영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충당금 설정으로 인한 손익 악화 상황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추가 기재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6월 스테나사로부터 7억2,000만달러에 시추설비를 수주해 선수금 30%를 받고 건조에 착수했다. 하지만 스테나사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과도한 요구로 일정이 지연됐다는 게 삼성중공업 측 설명이다. 2017년 6월 삼성중공업은 스테나사에 공정 지연에 따른 공기 연장 요구 및 관련 비용을 청구했고, 스테나사는납기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선수금 및 경과 이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4월 중재 절차와 별개로 해당 시추 설비 장비를 시장에 매각해 잔금 70%(5억달러) 전액을 회수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