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난항을 겪었던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 46일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계약 기간은 6년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미국 국무부·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동맹 복원의 중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위비 문제 선결 이후 미국의 반중 전선 참여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부는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회의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양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조속한 협정 체결을 통해 1년 이상 지속된 협정 공백을 해소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양국이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특히 합의안에 한국 측의 ‘의미있는 증액’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가 민주적 동맹 활성화와 현대화를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지난 5일 미 워싱턴DC를 찾아 이날까지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정 대사는 당초 이틀 간 회의를 하고 이날 귀국 예정이었으나 협상은 이날까지 하루 더 늘었다.
외교부와 국무부 모두 분담금 인상률 등 합의의 자세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합의 내용의 공식 발표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 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15∼17일 일본을 방문한 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 외교관을 인용해 새 합의가 2025년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6년짜리 합의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계약금이 기존보다 13% 인상된 액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3월 한미가 잠정 합의한 조건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 양국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1조389억원)보다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50% 이상 증액 원칙을 고수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