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주당 사무처로 전락한 기재부

양철민 경제부 기자



“각 부처는 정치권의 ‘묻지 마 아이디어’ 구현을 담당할 하청 업체 수준으로 전락한 듯합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가 최근 정책 수립 시 정치인 입김은 강해진 반면 정부 권한은 약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정부는 청와대와 여당의 무리한 정책을 뒷받침하다 모순된 발언이나 헛발질 정책을 내놓기 일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을 제한한 채 세금 인상 등 수요를 억누르는 형태로 주택 가격 안정을 도모했지만 지난 몇 년간 주택 가격은 두 배가량 치솟았다. 정부가 공급 위축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신도시 계획 수정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는 이유다.


정치권의 팔 비틀기에 정부가 모순된 발언을 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홍 부총리는 3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불공정 탈세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과세 사각지대도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3일은 정부가 ‘2차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을 통해 사업소득세를 일절 내지 않고 있는 노점상 지원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이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노점상의 탈세 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것이 맞다. 노점상 지원책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는 올해 소득세율 최고 구간을 45%로 끌어올렸으며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6.0%로 높였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증세가 불가피했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의 사례를 보면 경제 부처 관계자들의 모순된 발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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