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검찰 기소·수사권 분리,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종합)

8일 법무·행안부 화상 합동 업무보고
"기소·수사 분리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
"검찰개혁, 검찰 스스로 개혁 앞장서야 성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문제와 관련해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의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방침에 힘을 실으면서도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과속’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수청 설치에 대한 반발로 사퇴한 가운데서도 기소·수사권 분리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당은 오는 6월까지 중수청 신설을 위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중수청 설치의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큰 뜻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그리고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길 당부한다”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올해를 “권력기관 개혁이 현장에 자리 잡는 첫 해”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사권 개혁법령이 시행됐고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도 출범했다”면서 “이제 경찰, 검찰, 공수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를 민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부패수사 등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을 높여나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70년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기까지 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검·경·공수처 간 역할분담과 함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새로운 제도의 장점을 체감하고 개혁을 지지할 수 있도록, 두 부처가 각별히 협력하며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 조직을 향해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다. 검찰은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라며 “검찰권의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특히 사건의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을 향해서는 “수사지휘역량도 빠르게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면서다. 문 대통령은 “신설된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책임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치안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치경찰제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또한 “공수처 역시 하루빨리 조직 구성을 마무리 짓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는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차원에서 청와대와 과천(법무부), 세종(행안부)으로 나뉘어 화상 연결로 진행됐다. 청와대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오는 9일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이 대표가 물러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낙연 대표님은 당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