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일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결과’는 최저임금의 역설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8,590원을 밑도는 임금을 받은 근로자 수가 319만 명에 달했다. 2019년(338만 9,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도 15.6%로 역대 2위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양극화가 해소되고 경제도 선순환할 것처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되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만 양산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중 36.3%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고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2.87%)은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낮았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미만율이 역대 두 번째였다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최저임금이 사문화된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 3년(2018~2020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32.7%에 달했다. 이렇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 사업자들은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사각지대를 키워 약자를 더 괴롭히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양극화 없는 세상’을 외치면서 저소득·취약 계층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반시장·친노동 정책을 남발해 빈부 격차를 더 키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3.2% 줄어드는 등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했다. 정부는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업종·규모별로 구별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임금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