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혈관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고성능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를 개발하고 쥐의 뇌를 MRI로 촬영해 3차원 정밀 ‘뇌혈관지도’를 만들었다.
이 조영제가 상용화되면 좁아지거나 막힌 뇌·심장의 미세혈관 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 세계 사망원인 1위이자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뇌졸중·심근경색·협심증·치매 등 뇌·심장혈관질환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장(연세대 화학과 교수)과 최병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지금보다 10배 더 정밀한 3차원 혈관지도를 만드는 고성능 MRI 조영제 ‘SAIO’를 개발했다.
미세혈관은 직경이 0.2~0.8㎜가량 되는데 SAIO(Supramolecular Amorphous-like Iron Oxide) 입자는 100만분의5㎜(10억분의5m, 0.005㎛, 5nm) 크기여서 몸속 모든 혈관을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는데다 해상도가 뛰어나 혈관을 최대 10배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연구팀이 SAIO를 활용해 쥐의 뇌를 MRI로 촬영했더니 머리카락 굵기(100㎛)의 미세혈관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천진우 단장은 “지금의 MRI 기술이 큰 고속도로만 보는 수준이라면 고해상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차세대 조영제 SAIO를 이용해 촬영한 MRI 영상은 좁은 골목길까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MRI 촬영 때 사용하는 가돌리늄 조영제는 건강한 사람에선 콩팥을 통해 배설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을 심하게 앓는 환자는 ‘신원성 전신섬유증’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가돌리늄 대신 철분을 사용하는 SAIO 조영제는 동물실험에서 MRI 촬영 후 소변으로 완전히 배출됐다. SAIO 주입 전후 쥐의 방광을 MRI로 촬영했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SAIO가 방광으로 모였다가 소변으로 배출됐다.
최병욱 교수는 “SAIO 조영제가 뇌졸중·심근경색·협심증·치매 등 뇌·심장혈관질환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보건복지부 선도형연구중심병원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BS(기초과학연구원)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IF 18.952)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