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금융]점포 폐쇄하고 부동산 내다파는 은행들…왜?

5대 은행 평균 판관비로 2.2조 쓸때
카뱅 1,471억원으로 15분의 1
고정비 많아 대출금리 인하 한계
경쟁력 약화 위기에 인력감축 사활
판관비 격차 줄며 생산성 상승세

지난 1월 통합 이전으로 폐쇄된 서울 강동구 KB국민은행 천호동지점에 영업점 통폐합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인력을 줄이고 점포를 폐쇄하는가 하면 유휴 부동산을 내다 파는 등 ‘몸집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개인 대출금리를 아무리 낮게 책정하려 해도 한 해 은행 예산만 수조 원이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며 “예산이 1,000억 원대에 불과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금리 인하 경쟁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서비스는 카카오뱅크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카카오뱅크가 더 나은데 시중은행은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보니 비용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평균 판매·관리비는 2조 2,196억 원으로 카카오뱅크(1,471억 원)의 15배가 넘었다. 시중은행 판관비를 들여다보면 인건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 평균 급여 비용은 1조 2,031억 원으로 전체 판관비의 54.2%를 차지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558억 원으로 시중은행의 22분의 1에 그쳤다. 5대 은행 평균 임직원 수가 1만 5,396명으로 카카오뱅크(860명)보다 18배 많다 보니 급여비로 나가는 비용도 월등히 많았다.





양측은 광고선전비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시중은행의 평균 광고선전비는 604억 원을 기록하며 카카오뱅크(37억 원)의 16배에 달했다. 복리후생비는 시중은행이 562억 원, 카카오뱅크는 107억 원이었고 이 외에 임차료는 시중은행 338억 원, 카카오뱅크 40억 원을 나타냈다.


이에 시중은행은 손님이 자주 찾지 않는 점포를 폐쇄하면서 관련 부동산도 팔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올 들어 입찰을 진행했거나 예정인 부동산은 16건으로 금액은 495억 6,300만 원(최저 입찰액 기준)에 이르렀다. 전부 낙찰되면 지난해 매각 규모(1,212억 5,300만 원)의 40%를 약 두 달 만에 채우게 된다.


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신규 공채는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5대 은행에서 연말 연초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인원은 2,500명에 달했다. 전년도 1,700여 명보다 800여 명이나 늘어났다.


은행의 이 같은 노력으로 카카오뱅크와 판관비 격차가 줄고 있기는 하다. 카카오뱅크 출범 직후인 2018년 격차는 24배였지만 지난해 15배로 좁혀졌다. 인건비 격차 역시 같은 기간 41배에서 22배로 줄었다.


은행의 생산성도 오르는 추세다. 5대 은행 직원 1인당 총자산은 2019년 272억 원으로 5년 전인 2014년 168억 원에서 증가했고 직원 1인당 대출금도 같은 기간 109억 원에서 160억 원으로 불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은행 생산성이 올라갔지만 인터넷 은행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며 “빅테크(네이버·카카오)의 공습도 점점 거세지고 있어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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