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차도?"…운전자 위협하는 재생에어백

실험 결과 자동차 4대 중 1대는 에어백 안 터져
소비자들은 에어백 수리·교환 여부 알 수도 없어

/사진=이미지투데이

안전성 때문에 유통 자체가 불법인 재생에어백이 버젓이 유통·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업사들이 정품 에어백보다 85% 이상 저렴한 재생에어백을 설치하지만, 일부 재생에어백은 작동조차 하지 않아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소비자원은 보험개발원과 공동으로 재생에어백 설치 실태를 조사하고 자동차 충돌시험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재생에어백은 폐차에서 분리해 다른 자동차에 재설치하거나 이미 터진 에어백을 복원해 삽입한 에어백이다. 재생에어백은 안정성을 이유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재생에어백이 설치된 차량 4대에 대해 차량 충돌시험을 한 결과 차량 1대의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에어백제어장치(ACU)가 충돌할 때 재설치된 재생에어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재생에어백은 정품 에어백보다 최대 85% 이상 저렴해 일부 공업사들이 수익률을 높이려고 재생 에어백을 설치하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중고 자동차 4대를 구입한 후 4개 업체에 각각 재생에버백 설치를 의뢰했는데, 4개 업체 모두 재생 에어백 설치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때 재생에어백 설치 평균 비용은 50만 9,000원으로 정품에어백 설치 평균 비용인 120만 5,000원보다 57%가량 저렴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재생에어백 설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고자동차를 거래할 때는 중고자동차의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구매자에게 발급해야 하지만, 현재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에어백 이상 유무에 대한 점검항목이 없다. 일부 공업사들이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재생에어백을 설치하고 정품 에어백을 설치했다고 속여도 소비자가 이를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재생에어백은 성능과 관계없이 시중에 유통되거나 차량에 설치되면 안 되므로 관련 업체 및 소비자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계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국토교통부에 재생에어백의 불법 유통·판매 및 설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중고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에어백 관련 항목을 추가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