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공모주·채권형 펀드…증시자금 안전지대로 피난 행렬

MMF 한 주간 8.1조 뭉칫돈
공모주 펀드엔 2,200억 유입

인플레이션 우려로 성장주 등 위험 자산이 급락하자 증시 주변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대신 중위험 중수익 금융 상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공모주 펀드 등의 안전 자산으로 ‘피난 행렬’이 진행 중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4일 62조 2,00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12일 74조 4,559억 원까지 치솟았던 예탁금은 지난달에는 개인들의 공격적인 주식 매수로 줄면서 평균 65조 원 선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최근 증시가 흔들리자 이달 3일에는 전일 대비 3조 7,764억 원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단 9~10일 진행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앞두고 5일에는 67조 5,324억 원까지 늘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유입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용공여 잔액도 지난달 19일 22조 2,232억 원까지 늘었으나 이달 8일 기준 21조 4,696억 원으로 약 20여 일 만에 7,536억 원이 감소했다. 그만큼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코스피지수가 2.8% 하락하자 증시에서 4조 1,767억 원을 하루에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8일과 9일에는 코스피지수가 3,000 선을 밑돌자 각각 7,305억 원과 3,549억 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대신 안전 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었다. 특히 현금성 자산으로 움켜쥐고 있으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 한 주간 MMF에는 8조 1,668억 원의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 보면 국내 단기 채권형 펀드에는 7,893억 원이 몰렸다. 이 외에도 일반 채권형 펀드에는 같은 기간 5,255억 원이 들어오면서 전체 채권형 펀드에는 1조 3,238억 원이 유입됐다.






증시 변동성에 놀란 투자자들은 중위험 중수익 금융 상품으로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증시 강세장에서 소외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은 올 2월 5조 1,369억 원이 팔렸다. 이는 원금 보장형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외화 발행 ELS는 제외한 금액으로 올 1월 3조 2,655억 원보다 57.31%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2월 6조 5,273억 원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 발행액이다. 이달 들어서도 최근 한 주간 ELS에는 약 1조 원씩 몰리고 있다. 주가 지수가 기초자산일 경우 보통 연 4~5%의 쿠폰을 주는 ELS는 2019년까지 횡보장에서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높아진 수익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환매가 돌아오면 다음 ELS 상품으로 갈아타고는 했지만 지난해에는 국내 우량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았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직접투자 대신 공모주 펀드로도 자금을 넣고 있다. 공모주 펀드에는 지난 한 달간 8,173억 원이, 연초 이후에는 1조 4,730억 원이 들어왔다. 지난 한 주에만 2,209억 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공모주 펀드는 평소에는 채권 등의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넣었다가 공모주를 청약받은 후 이를 시장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덜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장은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방향성이 안 잡힌 상태에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식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직접투자 외에 다양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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