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상승 우려에 미국 성장주의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하고 있는 미국 성장주 ‘빅6’의 보관 잔액도 한 달 새 39억 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성장주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조정장에서 서학 개미의 실제 손실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 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테슬라·애플·아마존·알파벳(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의 보관 잔액은 157억 2,531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9일 6개 종목의 보관 잔액이 196억 1,229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38억 8,698만 달러(약 4조 3,300억 원) 급감했다.
보유 잔액이 급감한 것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기간에 개인투자자들은 6개 종목을 대상으로 2억 8,90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오히려 잔액은 줄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 한 달 동안 3억 7,676만 달러를 순매수했지만 오히려 보관 잔액은 3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 9일 841.75달러였지만 현재는 563달러로 34%급락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보유 종목이 대부분 미국 성장주에 집중된 터라 이번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정장에서의 ‘서학 개미’ 손실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상위 50개 종목(상장지수펀드 포함) 가운데 성장주는 35개로 70%에 달하며 이들의 보유 잔액만도 236억 달러로 전체 미국 주식 보유 잔액의 절반을 넘는다.
성장주의 약세가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당분간 서학 개미의 가슴앓이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백신 보급 확대로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준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는 다음 주가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될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