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세가 불러온 변동성 장세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최장 기간 하락하며 연초 대비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원·달러 환율마저 5개월만에 최고치에 달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채질해 시장을 옥죄고 있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앞두고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금리와 환율 등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해 4.05%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해 3월 19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0%(18.00포인트) 하락한 2,958.12에 장을 마감했다. 간밤 미국 나스닥 지수(3.69%)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6.13%) 등이 급반등에 성공한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 반전하며 낙폭이 커졌다. 이날 지수는 지난 1월 11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3,266.23)보다 9.43% 낮은 수준으로 연초(2,944.45)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날 시장에서는 최근 강세를 보였던 철강금속(-4.84%), 유통(-1.07%) 등 경기 민감주와 금융(-0.68%) 등이 약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업종도 하락했다.
이번 주 선물 옵션 만기일(11일)을 앞두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진 것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달(2~10일)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1조 7,774억 원과 1조 4,528억 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의 매도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투자도 선물 옵션 만기일이 다가오자 매도 우위로 전환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조 5,791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국내 증시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2원 40전 오른 1,142원 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6일 종가 1,147원 40전 이후 약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달러 강세에 국내 증시 외에도 일본(0.03%), 중국(-0.05%) 등의 아시아 주요 지수도 이날 약세를 보였다.
이달 현재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1.82%를 기록 중으로 미국(2.91%), 독일(4.73%) 등 선진국 주요 지수의 수익률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환율도 크게 올라 신흥국(EM) 시장의 매력이 많이 떨어졌고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시를 팔고 나가는 추세”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과 더불어 다음 주 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환율에 대한 경계심과 더불어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물가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낙폭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중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0.2% 하락해 시장 예상치(-0.4%)에 못 미친 반면 생산자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7% 상승해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대내 상승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모두 보며 상대적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그동안 코스피 변동성을 자극하고 하방 압력을 높였던 금리·물가·수급 등이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이번 주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최대 고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음 주 FOMC 회의 전까지 경계감을 유지하고 코스피 3,000선 안착 여부와 거래 대금 증가 등을 확인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나·이완기 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