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이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소양을 갖추는 것이 절실합니다.”
11대 한국메세나협회장으로 취임한 김희근(사진)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은 10일 한국 언론재단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메세나)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업가의 책임 정신이 예술 후원의 시작”이라며 뉴 노멀 시대에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문화 공헌 유형을 찾아 메세나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메세나 전국 네트워크 재구축’을 제시했다. 기존의 서울·경남·제주·대구·세종에 더해 부산과 광주에 메세나 단체 설립을 지원해 문화예술의 지역 편중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전국 중소·중견 기업과 대기업이 연합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메세나 지역 특성화 매칭 펀드를 연계해 메세나의 전국 확산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문화 접대를 활성화하는 한편 기업 예술기부금 및 관련 교육 훈련비에 대한 세액 공제 제도 도입을 위해 관련법 추가 개정 추진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술품 ‘물납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상속세를 문화재·미술품로 납부하도록 하는 물납제를 “말할 필요 없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간송미술관이 국가지정문화재 2점을 경매에 내놓은 데 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 이후 삼성가의 소장품에 대한 가격 감정(鑑定)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문화유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물납제 대상에 미술품과 문화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허용을 할 지가 관건”이라며 “시기와 법 문제가 있지만, 미술품 물납은 (방향적으로는)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의 문제를 떠나서 문화 자산 보호와 유명 작품의 향유를 통한 미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귀한 해외 작품을 해외에서 팔아 세금을 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국내에서는 ‘우리 것만 잘 보관하고 있자’는 얘기가 된다”며 작품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에둘러 표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