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 아이돌 그룹 EXID를 거쳐 베스티까지 6년에 걸친 강혜연의 가수인생은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긴 공백기를 거쳐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고도 2년이나 더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그 긴 기다림은 ‘미스트롯2’를 만남과 동시에 끝났다. 8일 서울경제 사옥에서 만난 강혜연은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8위를 차지한 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기사나 커뮤니티 글이 올라오면 댓글이 없었는데 요즘은 유튜브에 댓글도 많이 달리고 좋아요. 그런 걸 보면 인기가 실감나요.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잘 안 돌아다니다가 오랜만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계속 쳐다보시더라고요. 베스티 할 때는 길을 지나가면 젊은 분들이 가끔 알아보기만 했고, 트로트하고 나서는 ‘가요무대’에 나와도 어르신들은 잘 몰라 봤거든요. ‘미스트롯2’에 나오고 나서부터 확실히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보세요.”
강혜연은 ‘미스트롯2’에 출연하며 토끼같이 깜찍한 외모에 간드러지는 창법으로 ‘미소천사 트롯토끼’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뛰어난 스타성으로 TOP7까지 점쳐졌지만 아쉽게도 8위에 그쳐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아쉬움도 많지만 준결승전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좋은 무대 보여줬는데 아쉽다’는 응원글이 많았어요.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파트너가 갑자기 바뀐 일도 있었는데 결국 8위로 떨어져서 그런지 팬들이 자꾸 안아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경연 때는 계속 ‘다음 라운드만 넘기자’라는 마음으로 고비 넘기듯이 임했었어요. 모두 마치고 나니 시원하고 정말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연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편하게 웃게 됐지만, 과정에서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경연 특성상 다른 참가자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떨어졌고, 반복되는 미션과 연습 때문에 잠도 못자는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합을 맞춰놓은 준결승전 파트너가 경연 하루 전에 하차를 결정하면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치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준결승까지 진·선·미에 든 적도 없고 극찬을 받은 적이 없어서 겨우겨우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준결승까지 왔는데 고난이 생기니까 힘든 와중에 멍해지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무대를 할 수 있을까?’ ‘다른 참가자들과 똑같은 평가를 못 받게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장 내일이니까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여기서 울어버리면 멘탈도 나가고 목도 나갈 거 같아서 꾹 참았어요. 최대한 안 좋은 생각은 안 하려고 했죠.”
“사실 준결승 개인 무대 ‘왔구나 왔어’ 전부터 목 상태가 안 좋았어요. 성대 결절이 와서 목이 갈라지고 안 나왔어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겨우 발성을 찾아놓은 상태였는데 재투입된 파트너 양지은과 리허설을 하고 새벽 2시에 집에 갔어요. 3시간도 못 자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니 목이 잠겨서 안 나오더라고요. 결국 연습했을 때보다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최저점을 받았어요. ‘응원 투표 점수가 높게 나와도 떨어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양지은과 함께하는 ‘사랑 타령’ 무대는 재밌게 즐기는 모습만 보여주자는 마음이었어요.”
힘든 일의 연속이었지만 좋은 동료와 훌륭한 무대를 남겨 뿌듯하다. 한참 자존감이 떨어지던 시기에 다시 불타오를 수 있게 된 것은 본선 3차 메들리 팀 미션을 함께한 뽕가네(강혜연 별사랑 은가은 허찬미 성민지) 덕분이었다.
“뽕가네 멤버들과 무대를 준비하는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모난 친구들도 없었고, 경연 느낌 없이 웃으면서 연습했었거든요. 그렇게 준비하고 무대에 딱 올랐는데 ‘나 너무 보여주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무대를 마치고 언택트 관객단이 ‘원래 한 팀 같아요’라는 말을 휴대폰 문구로 보여주는데 순간 눈물이 차올랐어요. 정말 딱 듣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뽕가네 멤버들이 합이 정말 좋아서 이후에 CF나 프로그램 섭외가 많이 들어오면 좋을 거 같아요.”(웃음)
강혜연이 트로트에 제대로 발을 담게 된 건 2018년 트로트 앨범 ‘왔다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베스티로 활동하던 시절 소속사에서 세미 트로트 앨범 발매를 기획해 현역 아이돌로서 트로트에 도전할 뻔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트로트엑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본격적으로 트로트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제대로 정통 트로트를 듣게 된 게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베스티 활동이 끝나면 트로트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계약이 종료되고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바로 연락이 와서 트로트를 하게 됐죠. ‘트로트엑스’에 나온 모습을 보고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강혜연은 ‘미스트롯’ 시즌1에도 오디션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트로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도전하지 못했다고. 대신 앨범을 낸 뒤 1년 동안은 꼬박 트로트 공부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적극적으로 ‘왔다야’를 홍보하기 위해 행사 준비를 마쳤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든 게 무산됐다. 그때 ‘미스트롯2’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괜히 나갔다가 망신 당할 수도 있으니까 고민이 많았어요. 내 성격 자체가 경연을 버틸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경연이라는 것이 잘해서만 붙는 게 아니잖아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다가 주변에서 나가자고 권유를 많이 하기도 하고, 그땐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어서 도전하게 됐죠.”
“이제는 트로트도 ‘미스트롯2’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안 나갔으면 후회했을 거예요.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베스티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베스티 활동을 할 때는 예민해서 인상이 사나워 보일 때가 있었는데, 트로트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베스티 때는 또래들과 장난치면서 활동하는 게 좋았지만, 아이돌이 억압받는 삶이기도 하잖아요. 회사의 간섭도 없지 않아 있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니까 예민했거든요. 트로트는 나 혼자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다이어트도 심하게 할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강혜연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미스트롯2’ 참가자들이 출연하는 TV조선의 새 예능 ‘내 딸 하자’와 미스트롯2’ 전국투어 콘서트에 합류해 팬들에게 얼굴을 비춘다. 또 트로트 가수로서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정규 앨범 발매도 계획하고 있다.
“‘왔다야’ 앨범이 두 번 나왔었는데, 이제 연차도 되고 인지도도 올라왔으니 ‘왔다야’를 중심으로 정규 앨범을 내려고요. 지금 열심히 곡을 모으고 있어요. 대중에게는 아이돌 출신의 실력파 세미 트로트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밝은 에너지를 드리는 가수는 많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노래를 많이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