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의 예방, 대처를 전담할 산업안전보건청의 출범을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로 법이 안전 책임을 일일이 규율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며 산업안전 전문성을 추구하더라도 일반 근로감독과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현재 고용노동부에 국(3급 공무원 상당) 단위로 구성된 산업안전·예방·감독 기구를 고용부 산하의 외청으로 분리하는 방법이다. 고용부는 일단 오는 7월까지 담당 조직을 확대해 산업안전보건본부(1~2급 공무원 상당)로 격상한 후 2023년 외청 독립을 추진한다. 다만 시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논의됐지만 진척이 없다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산업안전보건청이 설치되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되는데, 외청만 설립되고 법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면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미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사업장 내에서의 산업재해 예방방법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관리감독자가 가장 잘 알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기존 법은 이들에게 권한을 줘 미리 예방하는 게 아니라 ‘이런 조치를 하라’고 규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발암물질을 사용해 질환이 발생한 경우, 산안법에 ‘특별관리물질’로 등록된 경우라면 처벌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벌할 수 없다. 박 교수는 “작업장이 각 사정에 맞는 최적의 예방 방법을 찾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일반 의무에 대한 책임과 함께 원칙에 맞는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근로감독체계와의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탄력근로, 유연근로 등 노동형태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근로감독도 함께 해야 하는데 외청이 설립되면 일반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의 구분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로사의 경우 심혈관계와의 연관성을 중점적으로 본다면 산업안전감독이지만 휴게시간 지급 여부를 본다면 일반근로감독이 된다. 그동안은 고용부에 함께 소속돼 있어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외청으로 독립되면 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저와 정의당은 산안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산업안전보건행정의 전문화, 특수화, 효율화를 위한 법으로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