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왔더니 맛집이었던 이 식당도 문을 닫았네.”
11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앞 식당가. 부산 대학가 중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이곳에서 20대 여성 2명이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식당을 찾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 학기를 맞이했지만 식당 곳곳에는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졌던 대학가 상권이 누적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며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재학생과 유동인구가 많은 이 지역도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인근 경성대의 한 건물에서 일반음식점 두 곳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인건비 때문에 한 곳의 문을 아예 닫아 놓은 상태다. 이 사장은 “문을 연 곳 조차도 매출의 90%가 떨어진 데다가 두 곳 월세가 500만원이어서 연명하듯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며 “대면 수업이 전면 시행되거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비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 중이지만 이번 학기에도 대부분 대학은 비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대면 수업과 혼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습 위주의 과목은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의 인원 역시 소규모로 제한했다. 올해 경성대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는 새내기 대학생은 “입학식부터 한 번도 대면수업을 한 적 없다”며 “오늘은 그냥 캠퍼스가 궁금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학가 상권의 경우는 타격이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이 지역 원룸의 공실도 늘었다. 비대면 수업이 많은 만큼 굳이 매달 25~45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고 학교 인근에서 생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룸이 밀집한 부경대와 경성대 인근 주택가에는 원룸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학생을 구하지 못하자 원룸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를 깍는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경성대 앞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지하철역 인근에는 상대적으로 직장인 자취 수요가 많은데도 예년보다 공실이 20~30%정도 늘었다”며 “재학생 의존도가 높은 대학교 인근 원룸지역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선택적 대면 수업을 확대한 충남대 등 대전권 대학 인근 상인들은 올 새학기를 맞아 상권 활성화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다. 앞서 충남대는 코로나19 방역 계획을 사전에 제출한 수업에 한해 대면 수업을 승인했지만 최근 충남 지역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은 “조그만 식당이지만 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올해 들어 처음으로 테이블이 찼다”며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화돼 학생들이 즐겁게 대학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의 정원 미달 소식도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축된 상인들의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답답한 것은 대학 측도 마찬가지다. 전남대 용봉캠퍼스의 경우 83개 학과 중 사범대학 일부 등을 포함한 4개 학과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같은 대학 여수캠퍼스는 27개 학과 중 81.4%에 달하는 22개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조선대와 호남대도 절반 정도의 학과에서 정원 미달이 발생했다.
광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정원 미달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현재 교육당국이나 정부에서 아무런 해답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단기적인 방안으로 외국 유학생을 영입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향후 3~4년 간은 더 악화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진자가 쏟아졌던 수도권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하대 후문에서 5년 동안 찌개집을 운영했다는 김모 사장은 “지난해 연매출을 보니 전년 대비 3분의 2로 줄었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힘들었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까지 겹치면서 단골이었던 대학원생과 교직원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인하대 인근에서 25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개강 초기에는 필기구와 공책 등 각종 수업에 필요한 물품 구매로 붐벼야 할 가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휑하다”며 “임대료와 인건비는 일정하게 나가는 고정비용인데 주요 고객인 학생 손님이 없어 폐업을 결정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