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맞선 檢과 삼성…“자료 부적절” vs “공개된 자료”

변호인의 자료 제시에 검찰 측 항의
“檢이었다면 재판부가 저지했을 것”
삼성 측, 항변…“공개·공시된 자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재판에서 검찰과 삼성 측이 변론 방식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공방은 삼성 측이 변론에 활용한 자료를 두고 검찰이 “(변론)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전현직 고위관계자 11명이 피고인인 재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과 삼성 측의 입장을 들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는 검찰의 프레젠테이션(PT)으로 시작됐다. 1시간 넘게 이뤄진 검찰의 발표 이후에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PT 변론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앞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이번에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은 언론 보도 등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변론을 전개했는데, 검찰은 이러한 PT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잠시 한 말씀만 드리겠다”고 운을 뗀 검찰은 “기사나 국회 의사록 등 자료를 띄워 설명하셨는데 증거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여러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로 보이는데 그것들은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변론)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검찰이 같은 방식으로 변론했다면 재판부가 당연히 저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방식의 변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걸린 삼성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권욱 기자

검찰의 이의 제기에 대해 변호인은 “대부분의 첨부자료들은 공개·공시된 자료들”이라며 “저희 나름대로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변론 도중 검찰이 갑작스럽게 의견을 낸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부회장 취임 전후인 2012년 이미 승계 준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래전략실이 세운 ‘프로젝트G’에 따라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다”고 했다. 검찰은 프로젝트G가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이며, 여기에는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봤다.


이에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는 표현이 23차례,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표현이 16차례 나온다는 점을 언급하며 “고평가 또는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어느 정도면 지배적이라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이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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