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생산라인 1교대 전환과 무급 순환휴직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1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4일에 이어 9일과 10일에도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방안과 생산라인 주야 2교대를 1교대로 축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르노삼성은 이달 15일부터 5월 말까지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시간당 45대를 생산하는 주야간 2교대 근무 형태를 시간당 60대 생산하는 1교대로 축소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은 차량 판매가 줄어들며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무급 순환휴직도 고려 중이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단 한 번 적자가 났다고 구조조정과 근무환경을 바꾸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국금속노동조합 르노삼성지회는 지난 7일부터 천막 농성에 돌입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지회는 “사측이 출범 이래 수천억 원 흑자를 내고도 작년 한 해 부진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제외하고라도 시장과 고객 눈높이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어놓지 못한 것은 노동자 잘못이 아닌 경영 실패”라고 주장했다.
무급 순환휴직에 대해서는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노조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체불임금으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교대로 전환해 순환휴직을 시행할 경우 총 임금 보전 금액이 약 21억 1,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사는 다음주 8차 본교섭과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1년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이 심화하자 지난달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했다.
2012년 8월 이후 8년 여 만인 이번 희망퇴직에는 4,000여 명의 직원 중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종료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전년보다 70% 이상 줄면서 지속적인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5% 감소한 11만 4,630대로 17년 만에 최소 생산량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하며 생산량을 조절해오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근무 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예상 생산량도 당초 15만 7,000대보다 5만 여대 가량 줄어든 10만 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감을 확보하려면 신차 배정이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본사인 르노그룹은 부산공장의 제조원가가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했을 때 2배에 달한다며 생산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초 판매 실적도 저조하다. 르노삼성은 1월과 2월 내수 시장에서 각각 3,534대와 3,9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