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최대 도시로 상업·금융·관광 중심지다.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사들인 이후에도 한참 동안 황무지나 다름없었으나 1914년 알래스카 철도 건설 본부가 설치되면서 성장 페달을 밟았다. 1920년에 시로 승격됐고 1970년대 유전 개발과 함께 번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공군 기지가 건설됐다. 이후 미국 본토와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항공편으로 10시간 내 운항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지점으로 부각되면서 항공 운송 산업이 발전했다.
앵커리지 도심 근교에 있는 테드 스티븐스 앵커리지 국제공항은 1980년대까지 ‘세계 하늘의 십자로’라는 별칭으로 불렸을 정도다. 냉전 시대 소련이 서방 항공사에 영공을 열지 않은 탓에 항공기들이 급유 및 승무원 교대 등을 위한 중간 기착지로 이 공항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객기의 항속 거리가 지금처럼 길지 않았던 것도 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냉전 해체로 소련 영공이 개방돼 동아시아에서 직접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 이용이 가능해진 데다 기술 발전으로 항속 거리가 늘어나자 앵커리지 공항은 매력을 잃어갔다. 요즘은 여객기에 비해 항속 거리가 짧아 중간 기착지가 필요한 화물기들이 주로 애용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들이 18~19일 앵커리지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대면이다.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앵커리지를 회담 장소로 낙점한 배경으로 거리상 미국 본토와 중국의 중간 지점이라는 점이 거론된다. 양국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상대국 본토에서 회담을 갖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이번 만남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거론하겠다”고 밝혀 회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치는데 우리 외교는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