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택배 노동 조직화…양대노총 감정싸움으로 비화

민주노총 택배노조 "대리점주가 한국노총에 가입시켜"
한국노총 택배본부 "민주노총에서도 늘상 있는 일"
양대노총 특고종사자 조직화 경쟁 심화하는 양상

11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주와 관련한 노동 분쟁 사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의 조직화 경쟁이 양대노총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는 11일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와 비난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를 마치 대리점주가 개입해 만든 노조인 것처럼 매도하고 비난을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해대리점 사전조사에서 대리점의 직원이자, 대리점 소장의 배우자인 사람이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점이 밝혀졌고 한국노총 조합원 3명의 배우자에게 동승자(택배 기사의 조력자) 코드를 내 그들까지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며 “사측의 노동조합 지배개입이며 노조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법은 노동조합 조합원 중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주장은 CJ대한통운 동해대리점주가 민주노총과 교섭 하지 않기 위해 배우자를 한국노총에 가입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사용자의 지배·개입은 부당노동행위 사항이다.


한국노총 택배본부는 “한국노총 택배본부를 마치 대리점주가 개입해 만든 노조인 것처럼 매도하고 비난을 일삼고 있다”며 “동승자 코드를 받은 조합원 배우자의 노조 가입은 민주노총 택배노조에서도 늘상 있는 일이고 모 지역 주요 간부는 본인이 동승자 코드를 받은 배우자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택배본부는 “과반노조 지위를 빼앗길까봐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 말고는 다 나쁜 X’라는 식의 운동 방식은 오만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의 단결권이 인정되는 추세에서 양대노총의 조직화 경쟁이 감정 싸움으로 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택배 대리점에서 대리점주의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며 가족이라고 해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등 새로운 형태의 종사자 영역의 노동조합 조직화는 민주노총이 앞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0월 노총 최초의 직할 전국단위 노조인 ‘연대노조’를 설립하며 조직화 경쟁에 나섰다. 연대노조는 비정규직·플랫폼·프리랜서·특고종사자 등을 포괄하는 노조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