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전 국민의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절차상 허점이 드러나며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는 차명 거래나 가족 및 직계존비속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개인 정보 미제공자의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미비 사항을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의뢰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참여도 기대할 수 없어 ‘졸속’ 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불과 6일 만에 “비서관급 이상에서는 투기 거래가 없다”는 결과만 내놓았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이날 발표한 1차 조사 결과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배경으로 ‘국토부 및 LH 임직원’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한 점이 지적된다. 합동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임직원 각각 4,509명과 9,83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파악했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의 속성상 LH나 국토부 임직원 본인이 직접 토지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이 제외된 이번 조사는 실효성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가족과 직계존비속에 대한 수사는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차명 거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합동조사단은 LH와 국토부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과천 및 안산 장상)의 토지대장과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표면에 드러난 비리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개인 정보 제공에 늦게 동의한 직원도 이번 조사 결과에서 빠졌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후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26명(국토부 1명, LH 25명)의 조사 결과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차 조사에서 빠진 직계존비속과 차명 거래에 대한 수사를 특별수사본부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의혹 제기 이후 8일간 정부가 ‘수사’가 아닌 ‘조사’에 시간을 할애하며 실체 규명의 골든타임을 날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후 합동조사단 구성에 들어갔다. 합동조사단은 이틀이 지난 4일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의혹 제기 일주일이 지난 9일에야 경남 진주 LH 본사와 직원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특수본이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경찰 중심의 구성이 ‘맹탕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은 특수본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합동조사단에서도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가 1명 파견되는 데 그쳤다. 합동조사단 단장인 최창원 국무1차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특수본에 검사가 파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수사권 조정에 따른 원칙”이라며 “지금 수사는 경찰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같은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 완결판”이라고 혹평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입시·병역·부동산 등 3대 공정 이슈 중 특히 부동산에서 민심 역류를 크게 건드렸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수사도 정부 합동수사단에서 할 뿐 아니라 검사를 고작 1명 파견받고 ‘검경 유기적 협력’이라고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쏘아붙였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의혹을 제기한 시민 단체들도 이번 조사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합동조사단 발표 직후 논평을 내 “투기 의심 사례를 20건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와 기준, 투기 의심 사례에 포함하지 않은 국토부·LH 직원들의 토지 거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또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예견됐던 대로 합동조사단의 조사 방식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대상이 LH 공사와 국토교통부의 직원들로 한정되다 보니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투기 행위에 대한 조사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