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하우시스(108670)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었다. 오는 5월 LG그룹에서의 계열 분리를 앞두고 신용등급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8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차환 발행 없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회사는 "내부에 유보 현금이 충분해 현금 상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으나 LG하우시스가 그룹을 떠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채권 발행 계획도 접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인적분할을 통해 LG신설지주(LX홀딩스)를 설립했다. 신설지주가 자회사 LG상사와 LG하우시스, LG엠엠에이, 실리콘웍스를 지배하고 분할존속회사인 (주)LG가 이외 계열사들을 보유하는 구조다.
기존 LG하우시스의 신용등급에는 LG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포함돼 있던 만큼 대주주 변경에 따른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LG하우시스 회사채에 대해 자체 신용도 대비 1노치(등급)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분할이 구체화 된 후 지배구조 변화, 신설지주 내 계열사간 긴밀성 등을 검토해 대주주 변경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가격이 조그마한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불확실성 자체가 큰 리스크라고 평가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 매각 등 대규모 현금 유입이 예정돼 있어 회사의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계열 분리에 따른 추후 신용도 향방이 부담"이라며 "특히 이달 들어 회사채 시장이 연초 대비 약세로 접어들면서 이슈가 있는 물건들의 경우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회사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지난 2018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락하면서 AA등급에서 A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부담이 컸다. 현재 LG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은 'AA-'로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AA등급의 최하단이다. 등급전망은 스플릿(불일치) 상태로 한 곳의 신용평가사에서 '안정적', 나머지 두 곳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진 이후 LG하우시스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왔다. 회사는 지난해 8월과 11월 울산광역시 부지와 온산산업단지 부동산을 각각 610억원, 344억원에 매각했다. 약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자동차 소재 사업부도 매물로 내놨다. 재무지표 개선에 고삐를 조인 결과 회사의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2019년 4.2배에서 2020년 1.8배로 개선됐다. 차입금의존도도 38.5%에서 33.8%로 낮췄다. 신용평가사들이 상향 조정 요인으로 제시한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1.5배 이하, 차입금 의존도 35% 이하 등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LG그룹을 떠나게 되면서 회사의 신용도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AA급에서 A급으로, A급에서 BBB급으로 신용등급이 변동되는 경우 회사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며 "아직 '부정적' 전망이 붙은 가운데 대주주 변경 이슈도 있어 상황적인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