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장률, 45년 만에 中 앞지르나

기저효과에 공격적 부양책 겹쳐
투자업계 올 美성장률 7%대 전망
中 목표치 '6% 이상'은 넘어설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라는 오명을 썼던 미국이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히고 백신 접종에도 부쩍 속도를 내면서 경제 활동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1조 9,000억 달러(약 2,080조 원) 규모의 부양안까지 집행되기 시작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은 투자 업계의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고려하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9%와 7.3%로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제시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 이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보수적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잡았다고는 하나 미국 경제가 현재와 같은 회복세를 보인다면 중국을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앞서 7일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미국과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를 각각 1.7%포인트와 1.6%포인트로 전망하며 미국이 16년 만에 ‘세계 최대 경제성장 엔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장밋빛 전망은 미국이 지난해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은 데 따른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5%를 기록했다.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후 지난해 2분기 -31.4%라는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하고 바이러스 재유행으로 4분기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한 결과다. 프랑스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높다”며 “미국이 중국을 추월하더라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의 위기 상황 직후와 비교하면 이번에 미국의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뒤 회복에 들어간 2010년 중국 경제는 10.6% 성장해 미국의 4배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중국이 특별 국채 발행을 중단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며 ‘부드러운 출구전략’을 펴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미국은 적극적으로 돈을 풀며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보다 이른 전날 현금 지급안이 포함된 부양안인 ‘미국 구조 계획’에 서명했고 미 국세청과 재무부는 곧바로 현금 지급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연내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다시 풀릴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미국에서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1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 중 미국 성인의 13.5%인 3,500만 명은 2회 접종을 마쳤다. 12일 하루에만 290만 명이 백신을 맞는 등 공격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결과다. 또 이달부터 단일접종형인 존슨앤드존슨(J&J) 백신도 공급되면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지표에도 파란 불이 들어오고 있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이날 미국 공항 보안 검사를 통과한 사람은 135만 7,111명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해 3월 15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CNBC는 “길었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행 심리가 되살아나고 항공 업계가 위기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