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찰 앞에 놓인 위기와 기회

한동훈 사회부 기자

한동훈 사회부기자

“정부 조사단이 탈탈 털었다는데 (투기 의혹 LH 직원이) 고작 7명밖에 안 나왔잖아요. 여전히 믿음이 덜 가지만 이제는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 수밖에요.”


요즘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경찰에 쏠려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고위 공직자 부동산 비리 수사를 검찰이 아닌 경찰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1·2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수사의 컨트롤타워는 검찰이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담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정부 합동조사단의 국토교통부·LH 직원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가 사실상 맹탕으로 드러나면서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이번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부터 검찰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경찰이 대규모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경험이 없는데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중요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인이 사건 등에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곤두박질친 것도 원인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투기 의혹을 밝혀내는 데 수사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축적한 모든 노하우를 투입해 제대로 성과를 낸다면 그동안의 우려를 단번에 씻어낼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국수본 출범 2개월 만에 대형 사건을 맡은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경찰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정부 조사단의 근거로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기 어렵다. 자체적으로 첩보 수집에 나서 내·수사와 강제 수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파견받은 국세청 직원 등과 협력해 친인척 차명 거래까지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만약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왜 했나” “경찰은 검찰만 못하다”는 뼈 아픈 여론에 또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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