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의 개발 예정지 곳곳에서도 투기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주민들은 개발계획 나오기가 무섭게 외지인이 몰려들어 보상용 주택(일명 '벌집주택')을 짓고, 농경지에 나무를 심는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개발공사가 청주시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에 조성 중인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189만1,574㎡) 예정지에는 60㎡ 안팎의 '벌집'과 새로 심은 묘목밭이 수두룩하다.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산단 조성계획이 충북도의회 승인을 받자마자 '벌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충북개발공사의 요청에 따라 청주시는 지난해 8월 22일 이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업지 내 보상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고 급격한 땅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개발제한 고시 두 달여 전부터 투기세력이 몰려들었다.
한해 10여건에 불과하던 건축허가는 산단 계획이 확정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개발제한 직전까지 200건으로 폭증했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청주시 오송읍 궁평·동평·만수·봉산·서평·쌍청·오송·정중리 일대(1,020만㎡)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7년 이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기 직전에 158건의 건축허가가 집중됐는데, 대부분 40~190㎡ 크기의 단독주택이나 창고 신축이다. 국토교통부가 오송3산단 개발계획을 발표한 건 2018년 9월이다. 개발계획이 나오기 전 개발제한에 나섰지만 투기세력은 이보다 빨랐던 셈이다.
주민들은 충주 바이오헬스 국가산단(224만㎡), 음성 맹동·인곡 산단(171만㎡),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단 등에도 투기 목적의 벌집과 묘목밭이 즐비하다고 전했다. 외지인이 대거 몰려들어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보상용 주택을 짓고, 논밭에 나무를 심은 뒤 관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기 행위의 부작용은 상당하다. 토지주로 구성된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 추진 중인 청주 오송 KTX 역세권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오송역세권 개발은 2013년 충북도가 공영개발 형태로 구상했으나 시행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역세권개발 계획이 발표될 당시 이 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은 80%로 인근의 4~7%를 10배 이상 앞질렀다. 이런 분위기 속에 3.3㎡당 297만원까지 치솟은 토지가격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조성원가가 인접한 세종시(210만원 안팎)를 웃돌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주자 택지를 노려 우후죽순 늘어난 벌집도 개발을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이주자 택지 비용만 150억∼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민간 사업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송역세권 개발은 2016년 민간개발방식으로 다시 추진됐지만 이듬해 3월 시행사의 포기로 무산됐다. 결국 토지주들이 직접 개발에 나서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투기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충북도와 청주시는 도내 개발사업지에 대한 공직자 등의 투기행위를 샅샅이 뒤진다는 입장이다. 충북도는 지난 7년간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충북개발공사, 바이오산업국, 경제통상국 소속 직원들의 수상한 땅 거래를 모두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의 직계존비속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되면 조사 대상은 2,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토지 거래자로 확인되면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투기행위 여부를 선별하고, 불법으로 판단되면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도 테크노폴리스 등 산단 지정·고시 5년 전인 2012년 이후 도시교통국 근무자 323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