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방탄소년단(BTS)이15일(한국시간) 열린 제63회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사전 녹화한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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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음악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한국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단독 무대를 꾸몄다. 그래미에서 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것보다도 더 큰 목표였다는 그들의 포부대로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BTS는 앞서 장르부문별 수상작 발표 결과 당초 후보에 올랐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수상엔 실패했지만 후보에 오른 사실만으로도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백인 중심 보수적인 미 주류 음악계에 일정한 균열을 내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 그룹 방탄소년단이 15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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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막바지. “올해 처음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에 오르며 역사를 쓴 그룹”이라는 진행자 소개에 맞춰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무대가 시작됐다. 형형색색 정장 차림의 BTS 멤버들은 다양한 세트와 옥상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옮겨 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이 무대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세트장에서 사전 녹화된 것이다.
BTS가 행사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순서에 단독 무대를 선보인 것은 미국 대중 음악계에서 BTS가 누리게 된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BTS는 2019년 시상자, 2020년엔 합동공연으로 그래미 무대를 밟은데 이어 올해는 단독 공연을 펼치며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위상을 보여 왔다.
| 존 메이어(오른쪽)가 1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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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실패했다. BTS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Rain On Me)에게 돌아갔다.
| ‘포크로어'(Folklore) 앨범으로 제63회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가운데)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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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백인 주류 음악계의 마지막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그래미 어워즈의 대중음악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과다. K팝이 아직은 미국 대중 음악계의 시선에서 변방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BTS가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한 올 그래미 어워즈는 K팝이 미국 대중음악계의 주류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이벤트로 평가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아티스트를 소개할 때 그래미 후보에 몇 차례 올랐다고 하는 것 자체가 수식이 되는데, 그만큼 수상을 떠나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BTS가 예술적으로 탁월하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는 곡을 내놓는다면 수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 지민은 트위터에서 “(팬들) 덕분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해보기도 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BTS는 이날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에서 3년 연속 ‘베스트 아티스트’ 아시아 부문 상을 받는 등 해외 아티스트로는 시상식 최다 기록인 8관왕에 올라 그래미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 흑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허(H.E.R.·왼쪽)가 15일(한국시간) 열린 제63회 그래미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의 노래 ‘I Can’t Breathe'는 지난해 흑인 인권운동 ‘BLM’을 다룬 곡으로 눈길을 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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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그래미 시상식 역시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의 불공정성, 배타성을 비판하는 보이콧과 공연 불참이 이어지는 등 ‘화이트 그래미’ 논란이 계속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음악계 일각에서 그래미가 흑인 아티스트들을 영원히 소외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