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경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 등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범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지지층이 탄탄한 여권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LH 사태로 인한 추가 지지세가 단일화가 결렬된 뒤 사그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 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궐선거에서는 지지층이 두텁고 조직력이 좋은 당이 여론조사보다 실제 투표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궐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투표율이 30~40% 내외로 낮은 편이다. 따라서 열혈 지지층이 버티고 있는 민주당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진단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적극 투표장으로 향하는 데 반해 민주당 이탈층이나 중도층 등은 투표장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LH 사태로 야당 지지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서울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라며 “여론조사에 현혹돼 야권 단일화를 못하면 야권이 생각하는 것만큼 득표를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3자 구도는 택도 없는 이야기”라며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고 단일화하지 않으면 승부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LH 사태로 인한 야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 효과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감소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조사 지지율과 실제 투표 결과 간 괴리가 커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LH 사태가 ‘분노 투표’로 인해 투표율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투표율이 높으면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갈 수 있지만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에 갈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