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등 딜레마'…메모리 초격차 쫓기고 非메모리는 밀려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반도체 <1> 美中日 협공에 놓인 삼성
'메모리 1위' 독주 체제도 아슬
中·EU 등 반도체 전쟁 참전 속
시스템 반도체 성장 제자리 걸음
인력 확보·팹리스 인프라구축 시급


‘29년 연속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의 명성을 얻은 삼성전자를 두고 “1등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적 자립에 나선 가운데 메모리 1위의 자리도 마냥 낙관할 수 없는 데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좀처럼 경쟁사와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29.3%, 미국의 마이크론이 24.3%로 그 뒤를 이었다.


여전히 메모리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지위는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국가들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넘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위해 29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마련해 지원하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이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후발 업체들은 선발 주자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면 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오히려 기술적으로 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기술이 진화할 대로 진화해 이를 더 개선시키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리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이 필수적이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많다. 기본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은 장기적 안목에서 전문화된 인력 양성과 차별화된 원천 기술 확보, 성장 전략 마련 등이 고루 맞아 떨어져야 하지만 삼성전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시스템 반도체 성장을 위해선 인재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구조상 쉽지 않다”며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전공을 확대하고 정원을 늘리는 등의 일은 개별 기업이 아닌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의 성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발맞춰 따라가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팹리스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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