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항상 그 장소에서…" 성폭행 의혹 제기자들이 주장하는 그날의 기억

FC서울 기성용/연합뉴스

FC서울 기성용의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가해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한 가운데 기성용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또 다른 폭로가 이어졌다.


16일 전파를 탄 MBC 'PD수첩-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는 기성용을 비롯해 야구선수 이영하·김재현 등의 학교 폭력(학폭) 논란을 담았다.


특히 기성용의 학폭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피해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면서 "번갈아 가면서 (유사성행위를) 강요받았는데 예를 들면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고, 구강성교를 할 때 느낌까지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A씨는 "스포츠 뉴스가 끝나면 불을 껐다. 매일 그 장소(합숙소)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면서 "저희가 거짓말할 것 같으면 몰래 당했다고 하지, 저희는 항상 그 위치(합숙소)에서 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씨 역시 "피해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한두 번 불려간 게 아니었다"면서 "(합숙소에서 했지) 밖에서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하루는 제가 울고 하니까 (기성용 아닌 가해자 C씨가) '오늘 하지 마라' 해서 고개를 들었는데 기성용 옆에 B가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너무 미안해서 그냥 모른 척하고 잤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B씨는 "울면서 빠져나가는 게 저는 억울했다"면서 "같이 당하는데 친구만 빠져나가니까 어린 나이에도 억울했던 감정이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B씨는 당시 성폭행 피해를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맞았다. 당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축구를) 그만두라고 할까 봐. 저는 그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더불어 A씨는 "(기성용이)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사실을 말하고자 했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 된 느낌"이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들의 주장을 두고 기성용 측 법률 대리인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측에서 고소를 말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측이 오히려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측에서) 추가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제시를 하면 된다"고 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2000년 1월~6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A씨가 선배 C씨와 D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던 A씨와 그의 동기 B씨는 1년 선배인 C선수와 D선수로부터 구강성교를 강요받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무자비한 폭행이 가해졌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C선수는 기성용으로 특정됐고 기성용의 매니지먼트사 C2글로벌과 기성용은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기성용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변호사를 선임했고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은 "최선을 다해 그 부분에 대해 밝히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심도 있고 강경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기성용의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같은 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기성용 측으로부터) 소송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기성용을 망신 주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면서 "기성용 측이 우기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정 다툼을 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일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소모적인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면서 "기성용 선수가 가급적 속히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지난 2월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들은 소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원했던 것은 기성용 선수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였다"고 강조한 뒤 "그런데 기성용 선수는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했고 형사 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상황을 짚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따라서 피해자들은 본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기성용 선수가 빨리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면서 "여론 재판이 아닌 법정에서 밝혀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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