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끝난 네덜란드 총선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VVD가 집권당의 지위를 지키며 뤼터 총리가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최장수 총리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치러진 이번 총선의 출구 조사 결과 하원의원 150개 의석 가운데 VVD가 35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친(親)유럽 정당 민주 66당(D66)이 27석으로 2위, 반(反)이슬람 성향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기존 의석보다 3석을 잃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종 개표 결과 VVD가 제1당이 되면 뤼터 총리가 차기 집권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이끌게 된다.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그는 4번째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고, 이 나라의 최장수 총리가 된다.
네덜란드는 여러 정당이 난립해 있는 다당제 국가로, 올해 54세인 뤼터 총리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지난 2010년 총리직에 오른 뒤 세 번째 임기를 이어왔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 총선은 당초 이날 하루로 예정돼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투표소 내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사흘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유럽에서 올해 가장 먼저 치러진 총선으로, 네덜란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으로 여겨졌다.
뤼터 총리가 이끄는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1월 보육 보조금 스캔들로 내각이 총사퇴했으며, 이번 총선 때까지 관리 역할을 맡아왔다. 네덜란드에서는 코로나19로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엄격한 봉쇄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술집과 식당 문을 닫도록 했으며, 올해 1월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했다. 그러나 다수 유권자는 뤼터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고 있어 선거 전에도 그가 4번째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VVD도 앞서 여론조사에서 크게 우세를 보였다.
올해 총선에는 무려 37개의 정당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7개 정당이 최소 1석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연립정부 구성 협상은 수개월에 걸친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뤼터 총리가 연정을 구성하려면 76석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다른 2개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기준 투표율은 81%였다. 4년 전에는 82%였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고령층은 우편 투표가 허용됐고, 투표 기간도 총 사흘이었다. 개표 작업은 밤새 진행될 예정이다.
뤼터 총리는 이날 투표 직후 "이번 선거의 주요 질문은 누가 코로나19 위기를 뚫고서 이 나라를 앞으로 이끌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할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