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 기록)’ 물량의 75%를 특정 증권사가 사실상 독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증권사의 매수 창구가 ‘따상’ 물량을 쓸어가는 현상은 지난해 ‘따상상상’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과 ‘따상상’을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첫날에 각각 나타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다음 거래일인 19일 또 한번 상한가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20분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매수하기 위해 대기 중인 매수 물량이 660만 주를 넘지만 거래량은 10분의 1 수준인 69만 주에 불과한 가운데 교보증권 창구를 통한 거래량이 52만 여주에 이르고 있다. 전체 매수거래의 75%가 교보증권 매수 창구를 통해 거래된 셈이다. 3만 1,000여 주를 사들여 매수 상위 2위에 이름을 올린 신한금융투자와 비교해 17배가 넘는 규모다.
통상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정상적인 거래 상황에서는 창구 한 곳이 주문을 독식하는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문을 체결하는 기준은 우선 ‘가격’, 다음은 ‘시간’인데 모두가 상한가 주문을 넣는다면 결국 빠른 순서대로 주문이 체결되게 된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마다 속도와 서비스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토록 큰 차이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가 9시 직후 가장 빠른 속도로 물량을 독식할 정도의 대량 주문을 넣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먼저 도착한 주문의 물량을 소화하기 전까지 다른 주문들은 주식을 배정받기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이날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일을 벌인 배경에 속칭 ‘상따(상한가 따라잡기)팀’이라는 전문 투자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중이다. 상한가 따라잡기란 당일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이 다음날에도 어느 정도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상한가 종목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후 다음날 적게는 3% 선에서 많게는 10~20% 선까지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수법을 의미한다. 다만 상따를 한 종목이 다음날 상승하지 못한 채 하락하게 된다면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위험한 투자법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위험한 투자법이 등장할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보증권을 통해 매수 물량이 독점되는 이 독특한 현상은 과거에도 2~3차례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교보증권은 ‘따상상상’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던 SK바이오팜이 상장했던 지난해 7월 2일, 10만 3,600여주를 순매수해 전체 매수 창구 1위에 오른 바 있으며 ‘따상상’을 갔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첫날에도 매수 물량의 77%를 독식한 바 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