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세훈 '서로 양보'…반전 거듭하는 단일화

오세훈 "100% 여론조사 수용"
안철수도 "국민의힘 요구 응할것"
양측 입장 번복에 협상 청신호
'명분·실리 챙기기 싸움' 평가도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반전에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이 제시한 방향의 단일화 방안을 수용하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안 후보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이 안갯속에 빠졌다. 그러다가 돌연 오 후보도 안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상황은 더 꼬였다. 양측이 명분 챙기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안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22일)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한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8일과 이날 오전 오 후보와의 비공개 긴급 회동을 통해 단일화에 대한 접점을 모색했다. 합의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 안 후보가 결국 국민의힘 요구안을 따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자회견 직후 갈등은 격화됐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이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안을 모두 수용한다고 하면서 협상 실무자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적합도’ 부분을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와 협상 실무진 간 혼선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오 후보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가) 말만 다 수용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몰아세우면서 단일화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하지만 오 후보가 돌연 상대의 요구안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협상은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안 후보가 100% 무선전화를 통한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한 가운데 오 후보는 ‘무선전화 90%와 유선전화 10% 혼합 ’ 방식을 두고 맞서왔다. 그런데 오 후보가 갑자기 안 후보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은 다시 (설문 문항에서) 경쟁력과 적합도를 50%씩 반영하되 응답자에게 둘 중 한 항목만 물어보자는 제안에, 김종인 위원장이 요구한 유선전화 10% 포함이 당의 입장이라고 한다”며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고 또 양보 의사를 보였다. 이어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하신 실무협상단이 다시 즉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치권은 두 후보의 양보 싸움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으로 해석했다. 안 후보가 먼저 양보하자 허를 찔린 오 후보 측이 반발하고 더 큰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실리와 명분까지 챙기겠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측은 이날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오는 24일까지 협상을 끝낸다는 원칙은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양당 실무협상단은 주말(20~21일)에는 담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에는 실무 협상을 마쳐야 22~23일 여론조사를 하고 24일 단일화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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