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취업 제한' 판단 못 내린 준법위 "불명확한 점 있어"

"관계 법령 준수 삼성에 권고할 예정"
여론 및 법적 리스크는 남아

19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서초동 삼성 사옥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준법위는 이날 정기 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와 관련해 “불명확한 점이 있다”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직접 권고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을 두고 일부 시민 단체들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삼성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준법위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정기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준법위는 이날 회의 후 “이 부회장 관련 취업제한의 요건과 범위에 대해 불명확한 점이 있다”며 “관련 절차 진행 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준수해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법무부가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 14조에 근거해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하면서 불거진 이번 논란이 두 번에 걸친 준법위 회의 끝에도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준법위는 9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법무부가 취업제한의 근거로 삼은 특경가법의 취지는 물론 이번 판단이 향후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경가법 14조는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6억 8,000만여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특가법 적용을 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날 준법위 결정을 두고 삼성전자는 별도의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 거취를 두고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삼성 입장에서는 준법위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 부회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준법위 회의에는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과 정해린 삼성전자 부사장,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 등이 삼성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준법위는 TF 활동과 관련해 투명성 확보 및 이해상충 방지를 강조했고, 참석자들은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방지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준법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준법위 7개 관계사는 준법위 신임 위원으로 김지형 위원장이 추천한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를 선임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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