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0일이 되기 전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을 한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너무 작아서 링거 바늘이 손등보다 더 컸는데요, 일주일 가까이 링거를 통해 약물을 반복해서 주입하자 어느 날 아이의 손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깜짝 놀란 간호사 선생님께서 링거를 발등으로 옮겨줬고 당시 입원한 아이를 간호 하느라 손등에 생긴 커다란 바늘 자국 상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아이의 손등에는 새 살이 돋아났지만 상처는 흉터가 되어 솟아 올랐습니다. 퇴원 후에도 호흡기 질환 관리와 각종 육아 활동을 하느라 또 다시 관리를 소홀히 했고 그 결과 아이의 손에는 27개월이 된 지금도 자그맣게 솟아 오른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 약국에 들렀다 우연히 아이 손을 본 약사 선생님께서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흉터 치료제를 한 번 발라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아이의 손을 볼 때마다 엄마의 게으름 때문에 흉터를 평생 남기게 되는 건 아닐까 속상한 마음이 가득했는데요, 지금이라도 노력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흉터치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여러 약사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공부한 결과, 털썩… 아쉽게도 저희 아이에게 흉터 치료제를 사용하기에는 조금 늦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흉터가 생긴지 이미 2년이 지났거든요. 공연히 피부에 의약품만 바르게 될 거 같아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육아]를 아껴주시는 많은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 주 [건강한 육아]는 흉터치료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 [건강한 육아]에서는 ‘상처치료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는데요. 상처와 흉터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처음 다치면 다친 부위에서 염증이 나는 등 치료가 필요한데요. 이 때 사용 하는 제품이 흔히 알려진 빨간약이나 ‘마데카솔’ ‘후시딘’과 같은 ‘상처치료제’입니다. 이런 제품은 상처가 생겼을 때 피부가 감염되는 것을 막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다친 부위를 회복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오늘 이야기 할 흉터치료제는 상처가 회복된 후에 사용하는 제품인데요.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떨어진 후에 콜라겐의 증식을 억제해 다친 부위가 착색 되거나, 솟아올라 ‘흉’으로 남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흉터 치료의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초기 상처에는 흉터치료제가 아닌 상처 치료제를 발라야 합니다.
흉터치료제는 상처가 생기고 10~14일이 지난 후 딱지가 떨어지거나 상처 부위가 완전히 아문 다음부터 사용합니다. 이후 2~3개월은 특별히 집중관리하고 흉터가 사라지지 않을 경우 길게는 6개월에서 수년까지 발라주며 끈기 있게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많은 약사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흉터 치료를 위해 약국에 들른 손님들이 막상 제품을 권하면 잘 사지 않는다고요 해요. 가격이 1만~4만원 대로 다소 비싸기 때문인데요. 흉터에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 꾸준히 관리해야 비싼 가격이 의미가 있는 만큼 사용법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흉터치료제는 ‘헤파린’과 ‘실리콘’ 두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헤파린 계열에 속하는 제품은 노스카나, 스카덤, 콘트락투벡스 등이 있고, 실리콘 계열에는 더마틱스 울트라, 스카덤 울트라 등이 있습니다. 헤파린 게열은 주로 연고 타입이지만 실리콘 계열에는 바르는 타입과 붙이는 타입이 있습니다.
헤파린 계열의 제품은 주로 울긋불긋해진 흉터나 화상 등에 사용합니다. 혈액의 응고를 도와주는 헤파린이라는 성분 때문인데요, 헤파린은 상처가 새 살이 되는 과정에서 단단해지는 조직을 연하게 하고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리콘 계열은 흉터 부위에 실리콘 막을 만들어 수분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솟아오른 흉터를 압박해 올라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솟아오른 켈로이드 흉터, 넓은 흉터 등에 적합합니다. 아, 어머니들이 출산 후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산부인과에서 제공하는 연고가 바로 실리콘 타입의 흉터 치료제입니다.
두 가지 계열은 사용 방법도 다소 다릅니다. 헤파린 계열은 피부에 흡수가 되도록 마사지하듯 문지르며 발라줘야 합니다. 콘투락투벡스는 몇 년전 흉터치료제를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33 법칙’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상처가 아문 후 하루 3회씩 최소 3개월 간 흉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연고를 천천히 마사지하는 방식입니다. 오래된 흉터는 연고가 흡수될 때까지 작은 원 모양으로 문질러 바르고 하루 3번씩 6개월간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실리콘 계열은 앞서 말했듯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번에 스윽 바르고 건조시켜줘야 합니다. 더마틱스 울트라의 공식 페이스북에 공유된 정보에 따르면, 더마틱스 울트라 등 실리콘 계열 흉터 치료제는 2년 미만의 흉터에 최소 60~90일간 꾸준히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때까지 아침 저녁으로 하루 1~2회 사용하며 건조될 정도로 최대한 얇게 펴바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제품의 사용 목적이 다른데요, 많은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권하기도 합니다. 헤파린 제품을 마사지하듯 발라주고 실리콘 제품을 덧발라 막을 형성해줌으로써 흉터 부위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선 헤파린, 후 실리콘’ 잊지 마세요!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