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 개항 도시 군산의 구도심 둔율동에는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고딕풍의 첨탑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677호 ‘군산 둔율동성당’이다. 성당은 지난 1915년께 공소(公所)로 시작해 1931년 본당으로 승격됐고 교세 확장과 함께 1955년 현재 위치에 군산 최초의 근대적 성당으로 세워졌다.
이곳은 인근 장항제련소에서 나온 슬러지 벽돌을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과 당시 성당 신축의 역사(役事)를 하나하나 수기(手記)로 작성한 성전신축기(聖殿新築記·국가등록문화재 제677-2호 군산 둔율동성당 성전신축기 및 건축 허가 신청서)라는 값진 기록을 남겼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큰 곳이다.
책으로 제작된 성전신축기에는 건축 계획부터 소요 예산 및 각종 인허가 신청서에 이르기까지 공사 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이 정리돼 있어 한국전쟁 직후 건축 활동에 관한 시대상과 함께 행정 사항까지 엿볼 수 있다.
예로부터 건축 역사(役事)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국가 차원의 궁궐 건축 기록인 ‘영건의궤’는 물론 일반 백성 살림집의 ‘상량’ 기록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역사(役事)의 기록이 훗날 역사(歷史)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답동성당·명동성당·약현성당·계산동성당·전동성당 등에서 그랬듯이 일찍이 이 땅에 세워진 서양식 성당 건축물들은 최초 계획 단계부터 준공 공사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신부들이 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알빈 슈미트(1904~1978) 신부는 전문적인 성당 건축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들을 감안한다면 둔율동성당이 전하는 성전신축기도 새롭게 평가될 돼야 할 것이다. /이용준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전문위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