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우려에도 오피스텔 시장이 훈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방 1개짜리 초소형 오피스텔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을 뿐더러 팔리지 않은 미분양도 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대체가 가능한 중형 오피스텔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초소형은 외면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서울경제가 올해 들어 청약홈을 통해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단지 아홉 곳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일곱 곳은 미분양이 발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 가구가 소형 평형(전용 30㎡)으로 이뤄진 경기 고양시 ‘원흥동 수아주위드펫 오피스텔’은 지난 17일 청약에서 302실 가운데 93%에 달하는 281실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창릉역 호재에도 불구하고 청약 마감에 실패한 것이다.

올해 분양에 나선 다른 소형 오피스텔 단지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양 덕양 ‘원흥베네하임’의 경우 441실 가운데 429실이 미분양됐고, 시흥시 ‘거북섬더웰’은 782실 가운데 14명만이 청약을 접수했다. 청약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세종리첸시아파밀리에’와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 두 곳이다.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접수한 오피스텔 중에서도 중형의 인기가 높았다. 청약홈이 아닌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월 청약을 받은 성남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은 282실 모집에 6만 5,503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이 232 대 1에 달했다. 해당 단지는 전용 59~84㎡ 등 중소~중형 평형으로 구성됐다.

소형 오피스텔은 청약뿐만 아니라 매매 가격에서도 중소~중대형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의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 가격은 0.09% 하락했다. 반면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오피스텔의 경우 0.5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0.52%), 40㎡ 초과 65㎡ 이하(0.3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소형 오피스텔이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공급 물량이 많은 데다 아파트 대체용으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지난 3년간 소형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 소형 중심으로 가격 하락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2018년(72.1%), 2019년(74.0%), 2020년(68.6%) 등 최근 3년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의 70%가량이 전용 40㎡ 이하 평형이었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 또한 전체 5만 4,505가구 가운데 78%(4만 2,723가구)가 소형 평형이다. 임 연구원은 “‘아파텔’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며 “아파트와 빌라 값이 상승하면서 중형 오피스텔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 또한 “소득이 높아지면서 대형 오피스텔 선호도가 올라간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 오피스텔은 초과 공급 문제로 당분간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신 중소형 이상의 오피스텔은 쾌적한 주거지를 찾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