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감사보고서 지연' 악재에…주가 '우수수'

코스피 1% 빠져 다시 3,000선 위협
감사보고서 제출 놓고 혼란까지 겹쳐
ITX-AI, 사업보고서 늦어져 29.6%↓
제이준코스메틱·세코닉스 등도 급락
투자자 "주가 더 빠지나" 불안 가중



미국의 ‘국채 금리 발작’에서 비롯된 국내 증시의 혼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의 변수까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감사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혼란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주주총회 시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자 감사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여지없이 벌어지는 것이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0.72포인트(1.01%) 내린 3,004.74에 장을 마쳤다. 전일 미국 증시 상승으로 2.79포인트(0.09%) 오른 3,038.25에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약세로 접어들면서 3,000선 초반까지 지수가 밀렸다. 코스닥 지수는 9.07포인트(0.95%) 내린 946.31에 종료했다. 코스닥 역시 0.72포인트(0.08%) 오른 956.10에서 시작했으나 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갈등에 러시아가 중국에 힘을 보태는 등 지정학적 동맹 간 갈등이 아시아 시장 전반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은 최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알렸던 기업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ITX-AI(099520)가 대표적 사례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 업체는 지난 3월 19일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수령하는 즉시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여 내놓았지만 바로 다음 거래일에 주가는 29.83% 급락을 보였다. 회사 측은 22일 감사보고서 작업이 늦어져 사업보고서 제출도 미뤄졌다고 추가로 알리면서 이날 주가는 29.66%나 더 빠졌다. 사실상 ‘하한가’를 연이어 맞은 셈이다.


또 다른 상장사 뉴로스(126870)(-21.75%) 등 감사의견 ‘비적정설’로 주가가 급락한 경우도 나타나자 불안감은 더해가는 분위기다.


물론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것만으로 해당 기업을 완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많다. 추후 ‘적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다면 주가는 또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 한 달 간 코스닥에서만 약 60건의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가 올라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사정은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만 않은 분위기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경우 ‘한정’ ‘의견거절’ 등 비적정한 감사인의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서다. 또 감사보고서 제출이 더 길어질 때 주가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건 재무제표에 대한 기업과 감사인 간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가 많다”며 “제출 지연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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