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빛깔 담은 창극 기대하세요" 당찬 신입들 납시오

국립창극단 5년 만의 신입 공채 경쟁 뚫은
소리꾼 김수인·김우정·왕윤정, 가야금 황소라
입단후 첫 공연 '나무, 물고기, 달' 실력 발휘
"소리·춤·연기 모두 발휘할 종합예술이 창극
…조화롭게 녹아들며 나만의 색깔도 찾을것"

국립창극단이 5년 만에 선발한 신입 단원인 소리꾼 김수인(왼쪽부터)·김우정, 가야금 황소라, 소리꾼 왕윤정/사진=이호재기자

지난 21일 막을 내린 국립창극단의 신작 ‘나무, 물고기, 달’은 기존 창극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소원’과 관련된 각종 동양 설화를 버무린 스토리, 격정의 한(恨) 대신 담백한 소리를 담은 맑은 음악… 신선한 시도만큼이나 돋보인 것이 있으니 바로 무대를 꽉 채운 창극단의 ‘새 얼굴들’이다. 5년 만의 신입 단원 공채에서 15~16대 1의 경쟁을 뚫고 입단한 소리꾼 김수인·김우정·왕윤정과 가야금 연주자 황소라는 창극단의 간판들과 함께 선 ‘입단 후 첫 공연’에서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만의 색깔을 지니면서도 어느 무대든 조화롭게 녹아들겠다”는 당찬 4인의 새싹 단원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국립창극단의 ‘나무, 물고기, 달’에서 기량을 뽐낸 신입 단원 김수인(왼쪽 사진 앞줄 왼쪽)과 왕윤정(오른쪽 사진 오른쪽부터), 김우정/사진=국립극장

소리꾼 셋은 소리뿐만이 아닌 춤, 연기에도 관심 많은 팔방미인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국립창극단은 그래서 이들에게 “꿈의 직장”이었다. 왕윤정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소리를 즐겼다. 그의 아버지는 14년간 국립창극단에서 활약한 왕기철 명창이다. 노래가 좋아 한때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는 왕윤정은 “판소리에는 유독 내 피를 뜨겁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며 “소리에 연기와 춤까지 함께 선보일 수 있는 종합예술이 바로 창극”이라고 말했다. 김수인은 오랜 시간 무용을 전공하다 진로를 틀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판소리를 배우기는 했지만,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소리를 파고들었다. “소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창극단 작품을 참 많이 봤는데, 그때 다짐한 것 같아요. 꼭 들어가서 내 끼를 모두 보여줘야겠다고 말이죠.” 어릴 때부터 미술·악기·소리 등 예능 분야에서 ‘재능있다’는 소리깨나 들었다는 김우정은 지난해 국립극장 70주년 창극 ‘춘향’에 객원단원으로 참여해 춘향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유일한 기악 단원인 황소라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전수자다. ‘우리가 전공자가 아니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부모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꼭 1등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자기 길을 개척한 똑순이다. 면접 때 ‘아직 어려서 많은 활동을 해보지 않았을 텐데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어리기에 주어진 시간도 발전 가능성도 많다”는 당돌한 답변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립창극단이 5년 만에 선발한 신입 단원인 소리꾼 김수인(왼쪽부터)·김우정·왕윤정, 가야금 황소라/사진=이호재기자

창극단이 올린 웬만한 작품은 몇 번을 보고 또 본 ‘마니아’들이 바로 이들 4인방이다. 그렇기에 네 사람은 지금 자기 이름 앞에 붙은 ‘단원’이란 수식어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이미 국악인으로서 저마다의 활동을 펼쳐 온 이들이지만, ‘단원’이라는 소속감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왕윤정은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집단이 아니기에 다 같이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대에서 같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 책임과 사명감이 더 따라붙는다는 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입단 후 첫 공연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배요섭·이자람’이라는 최고의 창작진은 물론이요, 서정금·민은경·이소연·최호성·조유아·유태평양 등 창극단의 간판들과 함께하는 무대였다. 김수인은 “전체 단원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소수가 워크숍 형태로 맞춰가며 올린 공연이라 의미가 더 컸다”며 “선배들과 좀 더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연습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소라도 “내가 기악부 막내로 선배님들과 20여 년의 나이 차가 있다”며 “그 공력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자연스레 스며들고자 노력했다”고 웃어 보였다.



국립창극단이 5년 만에 선발한 신입 단원인 소리꾼 김수인(왼쪽부터)·김우정·왕윤정, 가야금 황소라/사진=이호재기자

끼 넘치는 팔방미인은 사실 이미 창극단에 넘친다. 새 얼굴의 신선함을 넘어서는 저마다의 색채를 찾는 것이 이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선배들에게 잘 배워 성장하겠다’는 뻔한 포부를 예상했건만, 돌아온 답변은 명확하고 또 당찼다. “어떤 역할도 제대로 소화하는 스펀지 같은 예술인이 되고 싶어요.”(김우정), “창극단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만들게요.”(김수인), “어떤 색도 잘 소화하는 변화무쌍한 사람이 될겁니다.”(왕윤정), “(소리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는 가야금 연주를 선보여야겠죠. ‘맛있게 연주하는’ 제 장점을 잘 살려 나가고 싶어요.”(황소라)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이호재 기자 s02079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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