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의 최대 강점은 무선업데이트(OTA) 기능이다. 운전자가 지점이나 정비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무선으로 차량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된다. 단순히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아닌 차량의 제동이나 가속 같은 근본적인 성능도 올라가기 때문에 테슬라 구매자들은 항상 신차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OTA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이를 가능하게 하는 2세대 통합제어기를 개발하고 올해 출시하는 신차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OTA는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선 불법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이 자동차 정비업자가 등록된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점검작업 및 정비작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OTA를 점검·정비 작업으로 보고 있어 테슬라나 현대차는 OTA 서비스를 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따로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개별 자동차 업체가 특례를 신청해 허락을 따내야만 첨단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다. 이 특례 또한 기간이 2년으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급변하는 모빌리티 산업에 법규가 발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데 수십년 전 만들어진 법규가 자칫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차량 사이버보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관련한 국내 법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OTA와 관련해선 “무분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양하고 정차 등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만 실행되도록 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신산업을 준비하는 업계는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탄생한 미국의 접근법을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미래 기술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한국이 하나하나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하려 하고 그 전엔 신산업을 불허하는 기조라면 미국이나 중국은 큰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새로운 상상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자주 출현할 수 있는 토양이 잘 갖춰진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기술력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정부 규제가 뒤따라오다보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분야도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안면 인식을 통해 사고를 회피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영상을 저장할 수가 없다”며 “자율주행차들이 전용 시험용 도로뿐 아니라 골목길, 인도 같이 혼용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보행자 인식 영상을 저장하지 못하면 관련 기술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도 모자랄 상황에 충전기에 기본 요금을 부과하며 충전의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확대 유인을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지난해 6월까지는 충전 시 사용요금을 특례 할인해줬지만 지난해 7월부터 할인 폭을 기본요금 50%·전력량 요금 30%로 축소했다.
올 7월부터 내년 6월까지는 기본요금 25%·전력량 요금 10%로 할인폭이 더욱 축소되고, 내년 7월 이후에는 할인이 완전히 없어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신모델이 쏟아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며 “인프라 확장이 절실한 시점에 전기차 충전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면서 사업자 의지를 꺾고 비용부담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도 충전기 운영 관련 규제를 지적했다. 그는 “충전 시간을 단축하려면 고전압 충전기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일정 전압이 되면 고전압 관리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상시 관리해야한다”며 “이 때문에 인건비가 증가하고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한동희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