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호주 전역에서 발생한 1만 5,000여 건의 산불로 인해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은 30억 마리에 달했다. 산불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호주는 최근 동남부 연안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또 한 차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불과 물이 집어삼킨 참혹한 재앙 만큼이나 끔찍한 사실은 지구 곳곳에선 ‘또 다른 호주’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엔 사하라 사막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은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고,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역에선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불타고 녹아내리는 것은 저 멀리 ‘딴 세상’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거주하는 우리 모두의 집, 지구다. 지난 50년 사이 급격한 기후 변화로 동물의 60%가 멸종했고, 곤충의 45%도 자취를 감췄다. 이 비극이 비단 동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재앙의 현장을 목도한 환경 운동가인 저자는 “이제 불을 끌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탄 자리에 새로운 집(그린 뉴딜)을 지어야 한다”고.
저자는 기후 위기를 빚어낸 압도적 책임은 부유한 사회 계층에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0%를 세계 상위 10%의 부자들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가뭄, 홍수, 물 부족, 식량 부족, 분쟁 등의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50년 무렵에는 기후 변화 때문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에서 1억 4,000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날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그린 뉴딜’이라 불리는 대대적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향상, 청정 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녹색산업 발전으로 적정 임금의 일자리 및 및 복지혜택 보장 △오염 물질 피해 지역의 전환 혜택 제공 등이다.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저자는 이 제안들이 대량의 일자리를 만들고, 공정한 경제를 가능케 하며, 경기 후퇴의 영향에 위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기후 오염의 책임이 큰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화석연료 관련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책 서문에는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뤘다. 툰베리는 유럽의회 의원들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제발 이 일에 실패하지 마세요.” 그린 뉴딜이 마지막 남은 기회라는, 인류를 향한 저자의 호소도 이 한마디와 같지 않을까. 2만 2,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