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재진출 선언한 인텔 "반도체 아시아 편중…균형 잡힌 공급 필요"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팻 겔싱어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생산이 아시아에 편중돼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겔싱어는 2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리적으로 균형 잡힌 공급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세계는 혼란과 도전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안에 2개의 공장 건설에 나서기를 희망한다며, 공장의 예상 부지로는 현재 유럽 내에서 공장을 만들고 있는 아일랜드가 아닌 다른 유럽 국가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지난 23일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200억 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과거에도 파운드리 사업에 나섰으나 자체 제품 생산에 안주하면서 시장 경쟁에서 밀려났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주력인 인텔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1위 생산능력인 대만의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사실상 양분해왔다.


겔싱어는 18세에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그만둔 인텔 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인텔을 퇴사한 뒤 EMC를 거쳐 2012년 소프트웨어개발사 VM웨어 CEO를 맡았다. 10여 년 만에 인텔로 복귀하면서 과거 인텔의 영광을 이루는 데 주축이 됐던 베테랑들도 인텔에 다시 합류했다.


겔싱어는 "우리는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제조는 생산능력 게임이다. 전체 생산능력에서 선두를 달리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다. 우리가 제조업을 하려면 우리와 다른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는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공백을 메울 선도적인 기술을 가진 몇 개의 기업 중 하나다"라며 "우리가 현재 생산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와 산업, 전 세계 유통 공급망을 위해 올바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TSMC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1천억 달러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더 공급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일부 제품에 삼성과 TSMC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업계 간 협력도 강조했다. 애플이 지난해부터 협력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한 상황에서도 그는 "기업으로 애플을 매우 존경한다.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놀라운 일을 해왔고 팀 쿡 CEO는 훌륭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는 적극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고 PC 생태계를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고객들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겔싱어는 지난해 기술력 문제로 생산이 지연된 7나노미터(nm) 기반의 차세대 CPU와 관련해서도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lithography, 반도체 기판에 회로패턴을 새기는 공정)라는 첨단 제조 기술이 있는데, 우리는 이에 미숙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 성숙했고, 이제 완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IBM과 연구 파트너십을 발표했다"며 인텔이 다른 기업들이 협력 대상으로 매력을 가질 충분한 기술과 아이디어, 혁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운더리 칩 분야에서 삼성과 TSMC를 추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텔은 20년 이상 반도체 시장을 혁신적으로 이끌어왔다"면서 "우리는 구멍에 걸렸고 빠져나오는 길을 파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리더십은 우리가 가는 길"이라고 자신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