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현 정부의 공급론은 틀렸다” 선대인의 부동산 정책 평가




지난 편에서 선대인 소장이 역대 정권들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선대인 소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과연 선대인 소장이 바라본 현 정권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다음은 선 소장과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랜드’가 나눈 문답입니다.






△ 청와대에는 부동산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



▶ 제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집권만 했을 뿐 통치는 못하고 있어요. 다 관료들한테 맡겨놓고 있죠. 그렇게 집값 잡겠다고 하는데 못 잡고 있습니다. 못 잡았을 뿐만 아니라 집값이 굉장히 폭등했죠. 집값을 잡으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하고, 그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그 분야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청와대 안에 그런 전문가가 과연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청와대 내 부동산 전문가? 제가 생각하기는 없습니다.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청와대에서는 반론을 할 거예요. “사회수석실에 부동산 정책, 부동산 교육 및 복지 정책 이런 걸 다루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토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 많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인 거죠. 국토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기능보다 그걸 집행하는 기능이 강합니다. 그럼 청와대에서 오더를 줘야 하죠. “큰 방향에서 이렇게 가자. 세부적인 건 너희들이 짜고." 그래야 되는데 그거 자체를 안 해요. 다 국토부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워낙 그 당시 ‘비ㅈ내서 집사라’ 정책을 과격하게 밀어붙였고, 그것보다는 당연히 좀 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 거라는 기대를 했었고, 초기에 나름의 제스처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를 무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답답한 건 청와대에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만한 민간 부동산 전문가가 없다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건설업자 편이 아닌 무주택 서민들 입장에서, 또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국토부 관료들의 자료로 ‘열공’하는 문 대통령



▶ 지난해 우연히 김현미 전 장관과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를 했죠. “청와대에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 한 사람 없이 국토부 관료만으로 어떻게 이끌어가냐.” 그랬더니 김 전 장관은 “아니 왜 못하냐, 대통령부터가 얼마나 열공하고 있는데”라고 대답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미 임기 중반이 지난 시점인데, 지금 와 열공을 해서 될 문제인가요. 대략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구체적인 정책은 참모들이 선택지를 주는 것이지 지금 대통령이 열공하면 어떡합니까. 국토부 관료들이 만든 자료를 가지고 공부한다는 건 무슨 말이겠습니까. 결국 국토부 관료들이 만든 자료를 가지고 국토부 관료들의 인식 속에서 대통령이 공부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국토부 관료들은 상대적으로 건설업계에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이 내놓는 처방을 가지고 대통령이 공부한다? 너무 황당하잖아요.






△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다?



▶ 이전까지 문재인 정부가 견지해왔던 태도는 투기적 가수요, 이런 부분이 상당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 생각합니다만, 그런 인식 자체의 스탠스는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연초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이런 현상들을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래서 공급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돌아섰습니다. 완전히 인식이 전환된 거거든요. 그 인식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국토부 관료 자료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시다 보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수현 전 수석은 그래도 부동산 전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나간 다음에는 사회수석도, 사회수석실 안에도 전혀 부동산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재벌 지배 구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연구를 하셨지만 부동산이나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집값을 잡는다는 말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부가 엇박자 정책을 쓰고, 관료들에게 끌려다니고, 제대로 일관된 규제책을 쓰지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게 공급 부족과 규제 일변도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정말 공급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죠. 그런데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 때도 똑같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특히 무주택자들이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켜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정책 실패가 일어나고, 부동산 관련된 제대로 된 정책들이 나오지 못해 집값은 올랐죠. 이렇게 되니까 공급 부족론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고, 공급 부족론을 지지하면서 억제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겁니다.






□ 그렇다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공급 부족론은 잘못된 주장이다?



▶ 공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정부는 가능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들에게 최적의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목적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주택의 퀄리티도 올라가게 해야 합니다. 그런 것도 중요한 정책이죠.



다만 집값이 오르는 걸 공급이 부족해서라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정말 분양용, 매매용, 투자용 아파트가 부족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자산 가격 거품이 일어날 때는 그런 아파트를 공급할수록 투자와 투기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판이 벌어지면서 돈이 몰리게 됩니다. 오히려 자산 가격이 더 뛰는 부작용을 만들죠.



그래서 지금 집값이 뛰는 현상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급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투기를 자극하는 판을 벌여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공급이 부족한 건 무주택자 또는 1~2인 가구, 청년, 신혼부부잖아요. 공공임대주택, 전세 주택, 기본 주택 등의 정책들이 활성화돼야 하고 그런 공급은 늘어나야 하는 게 맞습니다.






△ 제2의 강남, 3기 신도시는 절대 집값을 잡을 수 없다



▶ 지금 집값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3기 신도시를 지어 집값 잡겠다고 정책을 냈죠.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3기 신도시를 공급하면 택지를 지정하고, 조성하고, 개발 주체를 정하고. 그렇게 주택을 공급해 사람들이 입주할 수 있기까지 최소 7~8년이 걸립니다. 당장 집값이 뛰고 있는데 7~8년 후 공급해서 잡을 수 있을까요?



또 하나, 강남 같은 대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수도권이나 외곽이 아닌 서울 시내 한복판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논리로 지금까지 재개발, 재건축을 해온 거예요. 그런데 집값은 잡히지 않았죠.



최경환 전 부총리 때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완화도 있었지만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도 있었습니다. 분양시장 청약 규제도 다 완화했고요. 그랬는데 집값이 안정됐을까요? 도로 뛰었습니다. 그때부터 달음박질을 했죠.






△ 계속된 규제 완화, 그럼에도 집값은 올랐다



▶ 재건축 규제 완화는 쉽게 말해 사업성을 좋게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재건축 아파트를 기존에 갖고 있던 사람은 더 큰돈을 벌고, 재건축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더 올라가게 되죠. 투자 가치가 생기니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요. 그래서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현실에서 작동하면 투자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어요. 집값이 잡히긴커녕 오르죠.



그리고 강남이라는 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까요? 수십 년간 예산, 정책, 학군, 교통, 병원 등 엄청난 정책적 배려와 예산을 퍼부어 만들어진 도시에요. 그렇다면 공급에만 7~8년이 걸리고 이후 지역 내 삶의 여건이 좋아지려면 사실 수십 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강남에 들어가고 싶어 하니 강남을 대체할 주택을 공급해야 된다? 말은 그럴듯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예를 들어 더우면 에어컨은 많이 만들고 사람들이 많이 사주면 됩니다.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크지 않아요. 그런데 주택 공급은 시차가 너무 큽니다. 강남에 무한정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어요. 국지적 제한성이 있어서죠. 그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이 뛰니 강남 주변, 서울 한복판에 집을 더 공급해야 한다'. 우리가 다 경험했듯 결론은 집값이 뛰었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걸 수십 년 동안 보고서도 사람들은 계속 거꾸로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에 대한 선 소장의 자세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김수진 기자 wsjk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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